식단보다 루틴, 완벽보다 ‘대충 꾸준히’의 힘

내 삶에 딱 맞는 다이어트는 따로 있었다

by 김보민

‘건강한 식단 유지’라고 하면, 대부분 머릿속엔 이런 그림이 떠오른다. 도시락통에 닭가슴살, 브로콜리, 고구마. 아침엔 단백질 쉐이크. 탄수화물은 눈으로 욕하고, 주말 외식은 죄책감과 함께..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아침이요? 애들 준비시키느라 늘 못 먹어요.”

“점심은 진료 중에 삼각김밥 하나요.”

“저녁은 애들 밥 마무리하다가 밥솥 긁어먹었어요.”

“간식은... 애들이 남긴 과자요. 버리긴 아까워서요.”


사실 내가 가장 많이 실패했던 시기는, ‘완벽한 식단’을 하려고 했을 때였다. 정해진 식단표에서 한 끼만 어겨도 “아, 망했다...” 싶었고, 그날 밤엔 꼭 치킨이 등장했다. 그리고 늘 다짐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진짜 시작하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삶이 바뀌기 시작한 건 ‘조금이라도 괜찮게 먹자’고 생각하면서부터였다.

“점심은 먹었지만 저녁은 가볍게 하자.”

“과자를 먹었으니 커피는 안 달게 마시자.”

“집밥은 못 먹어도, 배달은 튀김 아닌 걸로.”

그렇게 나는 **‘완벽한 식단’ 대신 ‘대충이라도 꾸준한 루틴’**을 만들기로 했다.


나의 현실 루틴 3가지:

*아침엔 꼭 뭔가 씹고 넘기기 (삶은 달걀, 바나나, 그릭 요거트 중 하나라도)

*점심엔 탄수화물 + 단백질 밸런스 (김밥 + 두유, 샌드위치 + 견과류 등)

*저녁은 7시 이전, 늦으면 차 한 잔으로 대체

이걸 지키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폭식 충동이 줄었다. 몸이 굶주림 대신 ‘안정’을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변화를 만든 건 운동이었다.

나는 케이팝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진료와 집안일로 눌려 있던 몸이 리듬을 찾았다. 춤을 추면 땀이 나고, 숨이 차고, 생각이 멈춘다. 감정의 과잉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그 후로는 단 것이 예전처럼 간절하지 않았다.


사실 과학적으로도, 운동은 ‘몸의 움직임’ 그 이상이다. 운동을 하면 뇌에서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엔도르핀(Endorphin), 그리고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분비된다¹². 이 물질들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파민은 동기와 보상 회로를 자극해 “오늘도 해볼까?” 하는 의욕을 만든다.

세로토닌은 감정의 균형과 식욕 억제에 관여해 폭식 충동을 줄인다.

엔도르핀은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을 낮추고 진통 효과를 준다.

BDNF는 신경세포를 재생시켜 뇌의 ‘회복력’을 높인다.

즉, 운동은 ‘몸매 관리’가 아니라 ‘뇌의 회로 재설정’이다. 운동을 하면 단 음식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뇌가 이미 행복해졌기 때문이다³.


요즘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운동은 내 감정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통로”라고.

억눌린 마음이 있으면, 그건 몸 안에 쌓인다. 움직이지 않으면, 감정은 썩는다. 땀을 흘리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오로지 ‘살아있다’는 감각만 남는다.


지금도 완벽한 식사는 못 한다. 빵은 여전히 너무 좋고, 돌체 라떼는 포기 못 한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음식을 선택한다. 음식이 나를 흔들지 않는다. 내 루틴과 리듬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식단보다, 대충이라도 매일 하는 루틴이 이긴다.”

“감정이 무너질 땐, 몸을 먼저 움직여라.”

“운동은 칼로리를 태우는 게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리듬이 곧 회복이고, 회복이 곧 건강이다.”


** 각주

운동과 뇌 화학물질 변화 — 유산소 운동은 도파민, 세로토닌, 엔도르핀의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감과 불안 증상을 완화한다.

→ Meeusen R, De Meirleir K. Sports Med. 1995;20(3):160–188.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 규칙적인 운동은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수치를 증가시켜 해마 기능과 기억력,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

→ Szuhany KL et al. Neurosci Biobehav Rev. 2015;57:541–555.

운동과 식욕 조절의 관계 — 운동은 시상하부의 렙틴, 그렐린 감수성을 변화시켜 식욕을 안정화한다.

→ Martins C et al. Am J Clin Nutr. 2008;88(4):95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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