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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작가야 Oct 07. 2022

우리 갈 수 있을까..?

유럽 주재원 생활 - 독일 주재원 준비하기 2

사실 나는 유럽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바야흐로 대학교 3학년이었던 25살, 유럽 교환학생의 기회를 얻어 오스트리아에서 6개월간 생활을 하였으며 그 이후 영국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 당시 인접국가였던 독일을 포함하여,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벨기에, 슬로베니아,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를 여행하였고 이러한 경험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순간들로 기억이 되었다. 게다가 와이프도 대학교 때 워크캠프를 통해 유럽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기에 우리에게 찾아온 이 유럽 주재원이라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 되고 우리가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시절을 다시 떠오르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 같다.


이 낭만에 빠져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하나의 잊지 말아야 될 사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로 우리의 아이이다. 아직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싸움을 반복하고 육아를 통해 나 스스로가 얼마나 별로인가를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하며 또 작은 하나에도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바보가 돼버리는 그런 존재.. 우리는 그녀와 함께 4년을 살아야 한다.


1년이건 6개월이건, 달랑 캐리어 하나만 가져가도 사계절을 버틸 수 있는 그런 학창 시절의 나 홀로 유럽살이와는 다르게 지금은 한번 건너가서 사는데 얼마나 짐 준비가 많던지.. 사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타향살이이기에 처음부터 절대 부족함을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20'ft 컨테이너 1대가 지원이 되기에 그 컨테이너에 모든 것을 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각종 장 종류부터 20kg 쌀 5포대, 소스류, 라면류, 각종 일회성 음식에 아이가 4년 동안 커가면서 봐야 할 단계별 서적, 그리고 각종 워크북, 김치냉장고에 하다못해 김장용 대야까지.. 코스트코 이마트를 두세 번씩 오가며 몇백만 원어치의 장을 보았고 집은 짐들로 계속 쌓여갔다. 물론 이 수고들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 건지는 나중에 글을 통해 다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 계속 많은 관심으로 구독을 해주시길 바라며..


독일은 우리와 같이 220V 전기를 쓰긴 하지만 그 안의 Herz가 달라 한국에서 쓰던 가전제품을 가져가면 고장 날 확률이 크다고 한다. 이에 혼수 때 큰맘 먹고 산 870L 양문형 냉장고는 가져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 결국 가져가기로 하였으며 위에서 잠깐 얘기한 것처럼 거기다 보태서 김치냉장고까지 추가로 구매하였다. 보통 독일에서 냉장고는 빌트인 되어 있다고 하는데 파워가 쌔지 않다나 뭐라나..

14kg 건조기 및 각종 캠핑 장비도 챙겼으며 결국 가죽이 해진 리클라이너 소파만 처분하였다.

난방비가 비싸고 유독 겨울이 춥다던 카페글을 참고하여 따수미 난방 텐트랑 온수매트도 준비하였다.

결국 외딴섬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그냥 죄다 준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중에 드는 생각이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였구나 라는 생각과 더불어 독일 선진국 맞아..? 왜 이렇게 한국에서 사가야 될게 많은 거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컨테이너 이사를 위해 컨테이너가 아파트에 들어오던 날, 경비아저씨가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 귀에 생생하다. "아이고 이렇게 큰 차는 처음이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그렇게 커 보이는 컨테이너에 우리의 모든 가구, 가전, 음식 등을 모두 담았으며 마지막 실내 미끄럼틀까지 알차게 꽉 채워 다 담았다. 김치성애자인 내가 고심해서 김치 보관법을 연구하여 엄마에게서 받은 묵은지를 한 포기 한 포기 진공 포장해서 두 박스를 만들어 컨테이너에 같이 실어 보내려 했지만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온도 변화가 심한 컨테이너 안에 있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일찌감치 컨테이너 안쪽에 실었던 김치를 죄송하다며 다시 빼 달라고 한 해프닝이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나은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더운 여름날 컨테이너는 결국 독일 도착하는데 3달이 걸렸으니 말이다..


그렇게 컨테이너를 보내고 출국하기 약 3주가 남은 시간 동안 최소한의 살림을 유지한 채 빈집에서 보냈다.

대망의 출국하기 전날인 D-day -1일, 장기간의 비행을 앞두고 캐리어 정리를 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항공사에서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귀사의 항공편이 캔슬되었다는 문자였다.


.....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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