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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찬 Oct 17. 2023

천고마비

전쟁의 서막

#jam있는중국이야기-931 “천고마비,전쟁의 서막중국,중국인


세계 도처가

전쟁의 회오리에 빠져있다.


천고마비(天高馬肥).


한국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성어다.

그러나 이 성어가 발생한

중국의 환경을 오독(誤讀)했다.


가을하늘이 높아져

선선해지고

말도 살을 찌우는 계절에

우리는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때(燈火可親)”라며

독서를 권장한다.


정말 그럴까.


중국인의 시선은

이 가을에 불안해진다.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일찌감치 얼어붙는 강 위로

북방에서 한 여름에 자라난

풀을 뜯어 먹고 살을 찌운 말들이

누군가를 태우고 넘어오는

계절이 중국인의 가을이다.


천고마비’라는 성어는

북송(北宋) 때

이강(李綱)이라는 대신이

황제 휘종(徽宗)에게 올렸던

간언에서 유래했다.


당시 북송을 위협하던 금(金)이

반드시 재침을 시도하리라는

내용의 간언이다.

따라서 중국인의 ‘천고마비’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성어다.


사정이 그러하니 중국인은

가을이 깊어지면

손에 책을 쥐는 대신

보따리 싸서 줄행랑을 쳐야 하는

‘남부여대(男負女戴)’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상대적으로 전화(戰火)의

번짐이 적었던 한반도 사람의

눈으로 중국의 실재했던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빚어진 오독이다.


중국은 전쟁으로 다져진 문명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고는

위기(危機)에 민감하다.


바람에 실려 오는 빗발,

‘풍우(風雨)’

라는 조어 맥락에 숨은

위기의식은 도저하다.


풍랑(風浪), 풍파(風波),

풍설(風雪), 풍한(風寒),

풍상(風霜)이

다 그렇다.


이런 중국의 토양은

전쟁의 사고를 키웠다.

바로 모략(謀略)의 정신세계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을 비롯해

3000종이 넘는 병법서가

탄생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어디 그뿐일까.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차지하는

바둑도 마찬가지다.

3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바둑은 고도의 싸움법을 구현하는

워게임(War game)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정치한 게임’

이라는 수식도 따라 붙는다.

그 오랜 전쟁의 문명 바탕을 지닌

중국과 중국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중국적인 게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중국을 다시 보자.

40년에 불과한

개혁개방 여정에서

아주 높은 국방력을 쌓고,


과학 역량을 집중해

국력을 고도로 키운

중국의 전략 바탕을 옳게 가늠하며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리의 이런 시각 변환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문화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며

느끼는 만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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