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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찬 Oct 19. 2023

가을의 표현

만산홍엽과 오동나무

#Jam있는중국이야기-933 “만산홍엽과 오동나무중국,중국인


예로부터 시를 쓸 때

궁합이 좋은 단어가 있다.

가을, 오동잎, 달밤, 거문고..등이 그렇다.


백낙천의 장한가에

추우오동엽락시(秋雨梧桐葉落時) 귀절이 있다.

가을비에 지는 오동잎을 보며

죽은 양귀비를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또 오동추야(梧桐秋夜).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 밤이라는 노래가사도 있다.


오동 잎은 크다.

떨어질 때 소리도,

동작도 크다.

그래서 가을에 오동잎 떨어질 때

쓸쓸한 느낌도 더하다.


오동쌍피.

화투 11월 똥은

오동나무를 뜻한다.

똥광은 봉황을 뜻한다.


가을의 기운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모든 산에 울긋불긋한 색깔이

들어앉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 정취가 이제 곧

우리 눈에 가득 들어올 테다.


가을을 표현하는 말은

퍽 많이 발달했다.

온 산을 물들이는 붉은 잎사귀는

그 많은 표현 중의 극히 작은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 좋아한다.

‘한 밤 중 오동나무 잎사귀에 떨어지는 비’다.

한자로는 ‘梧桐葉上三更雨(오동엽상삼경우)’다.

여러 시인들이 즐겨 썼던 말이다.


보통은 오동나무 잎사귀와

밤중에 내리는 비를

병렬하는 경우가 많다.


오동은 잎이 매우 크다.

그래서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가을비 내린 뒤에는

날은 더 서늘해져

온 식생의 잎사귀들이

낙엽으로 땅에 뒹군다.


가을의 깊어짐,

곧 닥칠 추위까지 예고하는 비가

오동나무 잎에 떨어짐으로써

감성의 폭을 키운다.


그러니 옛 시인들이

즐겨 읊었던 소재가

오동나무와 그 위에

떨어지는 가을비다.


문화는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며

느끼는 만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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