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아침에 일어나 저울에 올라간다.
나의 한숨 만큼 빠져나간 몸무게를 보며 웃음 짓는다.
시름시름 앓다가 땀범벅으로 일어나 다음날 아침
저울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몸의 수분이 날아가
수증기로 증발한 만큼 줄어든 몸무게를 보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미라 같은 모습으로 말라버린 몸을 어둠 속에서 조금씩 관조한다.
둘째 날 아침 저울로 기어서 올라간다.
이미 반으로 줄어든 숫자는 나의 심장을 가져간다.
네가 보고 싶다.
점심을 먹고 저울로 올라간다.
73.4의 원래의 숫자로 돌아왔다.
아니다.
내 품에는 아이가 자고 있다.
심장이 빠져나간 자리에 아이가 들어와 꿈을 꾼다.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올라간다. 발이 가볍다.
66.6 어느새 6.8로 커버린 아이
반으로 줄어든 심장에 다시 양분을 보충해 준다.
저녁을 먹고 저울로 올라간다.
늘어난 숫자는 어깨 위에 매달린 것들이다.
...
책임감, 의무감, 고단함의 무게가 더해진다.
채워진 가슴이 스멀스멀 다시 연기처럼 빠져나가려 한다. 중얼거리는 입에서 소리가 새어 나온다.
'어른이 되면 저울의 무게가 점점 올라가고 그 무게에 따라서 행복도 늘어가는지 알았어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될수록 나는 무거워진 저울을 볼 자신이 없어져요. 나의 73.4는 영원히
유지되고 싶은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