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시골의 밤은 차다. 차지만 맑다.
그 맛있는 공기를 먹을 때면 배가 부르기보다는 가슴이 부른다.
가슴에 그 공기 들어오면 터져서 죽어도 좋을 만큼 시원하고 맑다.
공기에 취해서 기분 좋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에 가린
반짝이는 별들이 한 움큼씩 자리 잡고 있다.
노랗지도 하얗지도 않은 ,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색깔의 빛을 띠는 것 같은,
그러한 아름다움이 하늘에서 피어난다.
하늘에 심어져 있는 빛나는 꽃들이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을 때
가장 환하게 미소 지어주는 건 낮에도 보였던 초승달,
눈꼬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초승달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밝음을 듬뿍 떠서 하늘에 뿌려 놓고
웃고 있는 것 같아서
나의 얼굴에도 초승달 두 개가 만들어진다.
중학교 입학식에서 마주친 아이의 눈에서 어제 본 초승달이 보였다.
그 반짝임에 빠져든 난 그렇게 너와 사랑에 빠졌다.
밤하늘의 달을 잡을 수 없듯 너와의 사랑도 결국 잡히지 않았고,
하늘과의 거리만큼 멀어져 갔지만
나의 비밀번호는 여전히
'초승달 15'
20년이 지나도 바꾸지 않는 비밀번호는 첫사랑이었다.
잊혀 가던 비밀번호의 의미가
창문에 비친
달빛에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