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다가
신호등을 보았다.
왈칵 눈물이 흘러서 초록불이 깜빡이고 다시
빨간불로 바뀌는데 횡단보도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빵' 소리에 정신이 들어서
길을 건너고 반대편 빨간 불빛을 한참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오래
초록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색은 허락처럼 보였고
멈출 필요 없는 상태처럼
보였다
그래서
확인하지 않았다
건너도 되는지
지금도 같은 색인지
말을 걸었다
대답이 늦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머물렀다
해가 기울고
그늘이 길어져도
그 자리가
위험 구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했다
초록은
항상 켜져 있는 것이 아니었고
색은
점점 물들어갔다.
붉게. . .
그 변화는
소리 없이 이루어졌고
나는
그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미 마음이 떠난 너에게
나는
더 이상 신호가 아니었다
정지선도
안내도 아닌
단지
빨간색
멈춤을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라
피해야 할 대상
시속 백 킬로미터로
고장 난 채
접근하는
제어 불가능한
위험물
위협이 되는.. 그런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난... 더 이상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니 밖으로 나가 붉은 눈동자로
빨간 불빛을 쳐다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