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22분 어둠이 밤새 속닥이던 시간이 지나고
길 위를 걸어가는데 아무것도 없는 휑한 벽면에
담쟁이넝쿨 오직 너 하나만이 내려와 있다.
5시 29분,
7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햇님과 달님에서 나온 동아줄인가?'
'넓은 바다의 모세의 기적 같은 하나의 길인가?'
그게 무엇이든 나에게는 희망이 되었다.
매일 새벽에 똑같은 길을 뛰고 있는 나에게
새로운 담쟁이넝쿨이 되어준 친구가 생각이 났다.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켠다.
액정 너머에 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에서
망설인다.
5시 36부,
7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가
'잘 잤어?'
라는 말과 함께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
아무 말 대잔치,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그리곤 한 바퀴 돌아 다시 담쟁이넝쿨을 바라보며
어두운 현실 속에서, 무미건조한 인생의 굴레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던 세월 속에서
원래였다면
그 넝쿨을 보면서 만질 엄두도 내지
못해 주변을 서성거리는 내게
친구가 되어준 넝쿨이 이야기한다.
'어서 잡아줘, 너를 구해줄게'
조심스레 넝쿨의 초록의 맨살 위에 하얀 털이 난
그 부분을 잡아본다. 너무 세게 잡으면
끊어질까 솜털들을 느끼며
잡아본다.
답답했던 어둠을
넓디넓은 벽면에 오직 너 하나만이 내려와 있다.
넓디넓은 벽면에 오직 너 하나만이 내려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