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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기생과 공생

by 트래거

기생하고 있는 나를 본다

그녀의 선혈을 낭자해 붉게 칠하며

숙주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기생충을 거울에서 마주 한다


점점 핏기가 없어지는 숙주를 보며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진딧물과 개미가 되고 싶어라

먹이를 제공해 주면 너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相利공생을 하고 싶어 너에게 속삭이며

이야기해보지만...


숙주가 이야기한다

"아니, 넌 기생충이야."


마음이 짓눌려 일그러진다

일그러진 마음을 추스르며

그럼 내가 새가 될게

네가 나무가 되어줄래?


많은 가지들 중에

한켠만 들어가서 집을 짓게 해 줘

너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죄책감으로 가득 차

너에게 줄 가지는

남아 있지 않아'


아!


내가 사랑을 하면 누군가가

말라비틀어져 죽는구나


자신이 벼룩임을 깨달은 순간

심장에 칼을 박는다

칼이 사치라 여기며

다시

손으로 짓눌려 죽인다


앞으로 다시는 사랑하지 않도록

누군가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자신이 기생충임을 깨닫지 않도록


다시 한번 검은 아스팔트 바닥에

비벼서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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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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