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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

아낌없이 주는 사랑

by 트래거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받아보고 싶은 날.

조건 없이 주는 사랑을 받아보고 싶은 날.

배신 없는 사랑을 받아보고 싶은 날.

차에 시동을 건다. 엑셀에 오른발을 올리고 너에게 간다.

아직도 장작 타는 향기가 나는 동네에 다다르면 너의 은은한 향기도 내 코끝을 간질거린다.


집 밖으로 지나가는 다른 차들에게는 사정없이 으르렁 거리는 너이지만

회색의 SUV의 LPG가스 배기음을 기억하며.

자동차 시동도 꺼지기 전에 운전석으로 다가와반가운 꼬리 인사를 한다.

차를 '통통'치는 너,

그 소리에 잘 익은 홍시 같은 미소를 짓으며 한 발 내려놓기 무섭게 내 다리 사이로 파고는 너,


"똘이야, 잘 있었어?"

라는 말과 함께 꽈악 껴안아 주면

"응, 잘 있었어. 보고 싶었어. 오늘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라고 거미줄에 걸린 커다란 이슬 같은 눈망울로 이야기를 한다.


평생을 함께한 어머니, 아버지가 마을에서 보내주는 2박 3일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

빨간 벽돌로 쌓은 마을회관 주차장에 있는 우리 집 하얀 트럭.

벗겨진 페인트들의 녹들이 이슬에 젖을 때까지 트럭 아래가 집인 거 마냥 주인을 기다리는 너.

똑똑하고, 충성스럽다며 좋아하는 부모님과 다르게 그 이야기를

수화기 너머로 전해 들으면서 나는 눈물이 나와서 빠르게 끊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펑펑 울었어.

너의 순수한 사랑에...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날. 이 세상에서 나의 사랑 또한 지나가는 사랑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말을 들은 날.

현실적으로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고 그녀의 손에서 쓰인 날. 엑셀에 오른발을 올린다.


나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는 건 너뿐인 것 같아.

나에게 조건을 바라지 않는 사랑을 주는 건 너뿐인 것 같아.


'똘이야'

너에게 받은 사랑을 그녀에게 주기 위해서

꼬리를 흔들어보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없이 이야기해 보아도 나에게 너의 이슬 같은 눈망울은 없었나 봐.

집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려보고

추억이 어린 장소에서 그리움 삼키며 같이 듣던 노래를 들어도 보고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 향에 취해 보아도 나에게는 너의 은은한 향기가 없었나 봐.


그러다가 문득,

'아, 아니구나'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바라고 있었구나. 너의 사랑은 바라지 않는 사랑이었는데. 난 바랬구나.'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

회색의 SUV에 시동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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