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은 금붕어를 건져서 편지 봉투에 넣고 꽃삽을 챙긴다. 아파트 마당 어두운 구석 땅을 파고 묻은 게 보름 새 네 번째, 그러나 오늘은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공지문에 주춤거리게 된다.
‘고양이 학대 사건이 이어져 불안한 가운데 또다시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어제저녁 105동 건물 근처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피습 사건이 있었습니다. 주민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 짧은 글을 되풀이 읽는 동안 6층에서 아는 여자가 올라탄다. 한솔이 반 친구의 엄마다. 나는 얼른 봉투와 꽃삽을 등 뒤로 감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자기 이야기에 급급하다. 딸내미 데려와서 저녁 먹이고 다시 영어 학원 데려다줘야 해. 바쁘다 바빠, 호들갑을 떤 후에 오지랖도 떤다.
-자기도 늦은 시간에 혼자 컴컴한 데 다니지 마. 어제저녁에 큰 사고 있었다잖아?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고, 그녀는 전화로 얘기하자, 손으로 전화하는 흉내를 내보이며 먼저 내린다. 늦둥이 딸 학원으로 가는 걸음이 급해 보인다. 그 뒷모습을 보다가 금붕어를 묻으려던 열의는 맥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죽은 금붕어를 그대로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스마트 폰에서 아파트 입주민 밴드를 열어 보지만 정원의 단풍 사진이나 맛집 사진들이 있을 뿐이다. 컴퓨터를 켜서 입주자 카페에 로그인한다. 이웃과 교류가 없어진 후 이곳에서 주로 정보를 얻고 있다. 고양이 학대 사건의 범인이 어린 사이코패스라는 글도 이 게시판에서 보았었다. 연쇄살인범으로 성장할 애들이 벌레나 작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걸로 시작해서 점점 큰 걸 목표로 삼는다던가. 엉뚱한 생각이지만 나는 그 글을 읽고 살짝 안도감이 들었었다. 고양이 학대 사건이 시작된 건 한 달가량 되었는데 금붕어가 죽기 시작한 건 보름 전이기 때문이다. 금붕어는 고양이보다 훨씬 작지 않은가.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던 안내문이 있을 뿐이고, 주민 자유게시판을 훑어보다가 ‘어제저녁 큰일이 일어날 뻔했습니다’라는 제목을 클릭해 본다. 시간은 아홉 시, 초등학교 3학년인 여자아이가 학원에서 귀가하는 길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어두워서 얼굴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170센티 정도의 키에 깡마른 남자였고, 이상한 소리를 외치며 다가오다가 아이 비명을 듣고 사람들이 몰려오자 도망쳤다고 한다. 길지 않은 게시글에 많은 댓글들이 달려 있다. 고양이 학대범과 체격이 비슷한데 같은 인물일까요? 혹시 범행 대상이 고양이에서 어린 소녀로 진화한 걸까요? 소름 끼치는 질문들과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지 말고 어린 자녀들 등하원에 동행을 해 주라는 조언, 그리고 ‘아무 피해도 없고 소리만 지른 거면 습격이라 할 정도는 아닌데 지나친 억측으로 아파트의 소문만 나빠지지 않게 조심하셨으면 합니다’라는 부녀회장 글까지 읽자 눈이 뻐근해진다.
봉투에서 죽은 금붕어를 꺼내 든다. 붕어를 들여다본다. 아무 상처도 없고 비늘 한 개 떨어진 곳이 없다. 볼록한 배에 손톱만큼 눌린 자국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냥 기분인 것도 같다. 대체 언제 죽었을까. 집은 여전히 조용하다. 한솔이가 방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빈집보다 더 휑해 보인다. 남은 금붕어 세 마리가 웅성거리는 어항을 멍청히 바라보다가 팔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랫동안 비즈공예는 내 취미생활이었다. 작고 정교하고 비싼 구슬들로 만드는 작품들은 퀼트나 뜨개질보다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도안을 디자인하고 작품을 만들고 싶은 열정은 이제 사라졌지만 대신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 한다. 꽤 큰 규모의 여성 사이트 메인화면에 핸드메이드 비즈팔찌 광고를 계약했으니 주문이 밀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무관하게 내 눈은 어항 속에서 돌아다니는 놈들을 하나씩 추적하며 찬찬히 뜯어본다. 남아 있는 것은 세 마리. 처음 남편이 사 온 네 마리와 내가 사 온 일곱 마리, 열한 마리의 금붕어 중 네 마리는 일찍 죽었다. 나머지 일곱 마리는 탈 없이 살고 있었는데, 오늘 한 마리, 지난주에 두 마리, 지지난 주에 한 마리. 자꾸 죽고 있다. 지난해 여름, 남편이 죽은 금붕어들을 건지던 기억이 어지럽게 떠오른다. 그때만 해도 남편은 집에 있었고, 한솔이는 사랑스러운 모범생이었는데.
갑자기 죽은 붕어에서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죽은 붕어를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린다. 휴대폰을 집어 든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 ‘신랑’은 ‘00’이 되었다. 연락처에서 00을 찾아 메시지를 하나 보낸다. ‘어항 좀 가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