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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케니 Aug 30. 2021

물어보는 사람 거의 없는 예방 접종 관련 Q&A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반려 동물 TMI - 예방 접종

털북숭이와 함께 살아가며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바로 예방 접종이죠. 어릴 땐 강아지는 5번, 고양이는 3번 접종을 하고 그 이후로 매년 접종하라는 문자를 아마 다들 받으실 거예요.

그래서 예방 접종에 관련된 TMI를 알려드릴까 해요. 백신의 종류나 간격, 관련된 부작용 등의 일반적인 내용은 아마 주치의 선생님이나 여러 인터넷 글들을 통해 자주 들으셨을 거예요. 그래서 TMI 답게 저는 조금 오타쿠스러운 정보들을 알려드릴까 해요.

 

Q. 왜 태어나자마자 바로 접종 안 하고 몇 주 지난 뒤에 하나요?

A. 털북숭이들은 태어난 뒤 대개 어미로부터 초유를 통해 모체 이행 항체라 불리는 군대를 전달받아요. 그런데 이 군대는 앞 뒤 가리는 게 없는 애들이라 바이러스와도 싸우지만 백신에 대한 반응도 무력화시켜버려요.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이 군대가 사라질 때부터 접종을 하는 거예요.


Q. 그럼 초유를 못 먹은 애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접종해야 되나요?

A. 아니요. 그래도 4주는 지나야 해요. 생 후 4주 이전에 실시할 경우 백신으로 인한 과민반응이 일어날 위험이 높고 소뇌 저형성과 같은 무시무시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면역 체계가 성숙하기 전이라 백신의 효과도 낮아요. 그러니 꼭 초유를 먹여야겠죠!


Q. 그럼 백신 맞고 나면 해당 질병들에 대해서는 무적 파워인 건가요?

A.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알게 되셨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특히나 질병에 따라 예방 접종의 효과는 다른데요, 예를 들어 고양이에서 파보 바이러스는 예방 효과가 매우 크지만 허피스(Herpes virus)의 경우엔 예방 효과가 낮은 편이죠. 하지만 질병의 심각한 정도는 예방 접종을 통해 충분히 낮출 수 있어요. 그러니 예방 접종을 꼭 해야 하죠.


Q. 근데 강아지는 왜 다섯 번, 고양이는 세 번이나 맞춰요?

A. 위에서 말씀드린 모체 이행 항체의 유지 기간 때문이에요. 모체 이행 항체의 유지 기간은 아이들에 따라 달라요. 그러다 보니 접종을 너무 늦게 맞추면 일부 아이들에게선 면역 공백 기간이 길어져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면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6-8 주령에 접종을 시작해서 14-16 주령이 될 때까지 맞추는 거예요. 그리고 강아지는 2주, 고양이는 3주 텀으로 잡다 보니 종합 접종 횟수가 강아지는 5번, 고양이는 3번이 되는 거예요.

물론 털북숭이 개개인의 모체 이행 항체 농도를 측정해서 최적의 시기에 최소한의 접종을 하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Q. 16주가 지나서 처음 접종하는 강아지인데 5번을 다 접종해야 하나요?

A. 아니요. 16 주령이 지났다면 접종의 종류에 따라 1-2번씩 만 접종해도 충분해요. 원래 대부분의 백신은 1-2번만 접종해도 충분한 예방 효과를 가져요. 그렇기 때문에 16 주령이 지났다면 모체 이행 항체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아 굳이 5번을 다 맞출 필요가 없어요.


Q. 백신 맞고 나면 언제부터 예방된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A. 강아지, 고양이, 그리고 백신의 종류와 접종 방식에 따라 달라요. 빠른 경우는 몇 시간 뒤에도 생기지만 4주가 되어서야 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광견병의 경우 항체가 검사할 때 주로 접종 4주 뒤에 진행을 해요.


Q. 접종하고 나서 항체가 검사를 했는데 항체가 부족하대요. 왜 그래요?

A. 이건 3가지 원인이 있어요. 아마 이 중 하나의 이유 때문일 거예요.

첫 번째로는 위에서 말씀드린 모체 이행 항체라 불리는 군대가 유독 오래 남아있는 경우 그럴 수 있어요. 모체 이행 항체는 예방 접종으로 인한 항체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에 오래갈수록 오히려 접종의 효과를 떨어트리죠. 정말 길게 가는 아이들은 모든 접종이 끝나는 16 주령보다 4주나 더 긴 20 주령 까지도 간다고 해요. 그러니 꼭 모든 접종을 마친 후 항체가 검사를 하는 것이 좋아요.

두 번째는 예방 접종 백신이 잘못 만들어진 경우예요. 그런데 접종은 워낙 대형 제약 회사에서 엄격한 검수를 통해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드물 거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몰라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접종에는 Batch number라는 일련번호가 붙어요.

세 번째는 항체가 잘 안 생기는 아이들이 있어요. 유전적인 혹은 개인적인 특성인 거죠. 예를 들어, 1980년대에 도베르만과 로트와일러 일부에게선 파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유독 안 생겼었대요. 그리고 강아지 종합 접종에 들어있는 바이러스 중 파보는 1,000마리 중 한 마리, 홍역은 5,000마리 중 한 마리, 간염은 100,000마리 중 한 마리 비율로 항체가 안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성견 혹은 성묘가 되어 추가 접종을 하고, 그래도 항체가 안 생긴다면 생길 때까지 접종할 게 아니라 해당 질병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는 수밖에 없어요.


Q. 일전에 접종 맞추고 난 뒤 과민 반응으로 너무 고생했었는데요, 다음에도 꼭 맞춰야 할까요?

A. 매년 똑같은 백신으로 접종을 해도 과민반응이 없다가 갑자기 생기는 경우도 있어요. 백신 자체보다는 오히려 아이의 컨디션과 접종 전 후의 활동량, 영양 상태 등이 더 크게 작용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경우 우선 항체가 검사를 통해 꼭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 상태인지 체크해 보는 게 우선이에요. 만약 항체가가 낮아 접종이 지시된다면 사전에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로 전처치를 하고 난 뒤 접종하는 게 추천돼요. 혹은 다른 회사 제품으로 맞추는 방법도 있어요! 그런데 대개 한 병원에는 한 회사의 제품만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 제품을 원하실 경우엔 다른 병원을 찾아보셔야 해요.


Q. 우리 아이는 너무 작은데, 접종 하나 다 맞추면 위험할 거 같아요. 반 병만 맞추면 안 될까요?

A. 안 돼요. 치료제와 달리 예방 접종은 ‘최소 면역 활성 용량’을 주입하는 거예요. 즉, 1kg 치와와나 60kg 오브차카나 모두 동일하게 한 병(vial)의 접종을 맞춰야 해요. 그래야만 적절한 면역 반응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보호 효과를 가질 수 있어요.

 

중 고등학생 시절에도 저는 유독 남들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던 디테일에 집착했었어요. 그런 습성이 아직도 남아 있어 이렇게 too much 하게 파고들어요.

혹시나 저처럼 TMI를 원하시는 분이 계셨다면 이 글을 통해 그 욕구가 충족되셨기를 바라요. 아, 그리고 위 내용은 백신 가이드라인을 제작하는 단체에 따라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니 정답이라 생각하시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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