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양면성
후회(後悔), 한자로는 ‘뒤 후’와 ‘뉘우칠 회’의 결합이다. 이를 풀어 정의하면 “이전의 잘못을 깨치고 뉘우침”이다.
한때 나는 후회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내 삶에는 후회가 많았다. 후회할 것을 알면서 행동을 바꾸지 못하기도 했으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선택에서 후회가 뒤따르기도 했다. 후회를 하고서도 같은 상황 속에서 또 후회할 선택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후회를 거듭해 가면서 자책과 실망을 반복하곤 했다. 내가 미웠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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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별 속에서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연인과의 결별, 친구와의 단절, 가까운 이의 죽음… 왜 더 잘하지 못했나, 그때 왜 그랬나 후회의 연속이었으며 내 삶은 후회로만 가득한 것 같았다.
인간은 늘 지나서 후회를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지도 모른다. 같은 후회를 반복해도 첫 번째 후회와 두 번째 후회는 분명 같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선택과 후회를 거듭해 가며 성장해 간다.
물론 현재의 행복조차 놓쳐 가며 후회에 잠식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후회할 줄 안다는 것은 반대로 뒤집어 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그 속에서 깨닫는 게 있다는 의미이다. 내가 잘못한 것을 알고 나의 선택을 되짚으며 후회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거울로 비추어 바라볼 용기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후회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이자 영적 지도자인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Dr. David. Ramon Hawkins)는 ‘의식지도’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수치심, 슬픔, 두려움, 사랑, 깨달음과 같은 인간의 의식 상태를 에너지 레벨로 나누었으며, 그 중 ‘용기’를 긍정적 의식과 부정적 의식의 임계선으로 여겼다. 이 수준부터 인간이 발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졌다고 보았다. 그러니 ‘용기’는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후회에도 적용된다.
후회의 첫걸음은 자신의 부족함과 대면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보고 싶지 않던, 애써 외면하고 싶던 나의 밑바닥까지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외부로 책임을 전가하는 편한 길을 선택하는 대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좀 더 힘든 길을 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회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모자란 모습과 마주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다음으로는 그런 스스로를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는 용기이다. 이는 곧 타인에 대한 포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흔히들 말한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용서도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어야 타인도 너그러이 용서할 수 있다.
인생도 오지선다로 선택지가 제시되어 있어, 그 중 정답을 하나 고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네 인생은 공백 속을 모두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하는 서술형 답안지 같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서술형 답안지를 한번만에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써내려가는 것은 불가능하듯 우리 인생에서의 후회도 마찬가지이다. 후회 없는 삶은 없다. 인간이 후회를 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며, 이는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