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결국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결혼은 하고 나서도 계산기가 굴러간다

by 나원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이유는 실로 다양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보호자가 되어 줬으면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자녀를 갖고 싶어서, 홀로 외로이 늙어 고독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 남들 다 하는 것 해 보고 싶어서…






결혼 적령기 정도의 나이가 되고부터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염두에 두는 순간, 대체로 사람들은 계산이란 걸 한다. 연봉, 직업, 학벌, 집안 등의 실리적인 손익을 따지기도 하지만 정서적·관계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치관, 대화, 유머코드 등이 얼마나 나랑 잘 맞는지. 그러니까 어릴 때 마냥 ‘좋으면 만나고 보는’ 그런 게 어려워진다.




이처럼 수많은 시험을 치른 끝에 양방이 서로에게 합격점을 주어 어렵게 결혼을 했더니, 그래도 저울질은 끝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부부가 다 오직 계산을 바탕으로 결혼하지는 않았겠으며 정말 재고 따지는 것 없이 사랑만으로 결혼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를 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갈등은 피해 갈 수는 없다.




결혼을 하게 되면 연애와는 달리 양가 가족이 함께 묶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없었던 종류의 다툼이 늘어나기도 한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 신청률이 급증하는 게 그걸 증명하지 않을까. 배우자만 바라보고 결혼을 했더니 배우자가 아닌 배우자의 주변 및 집안 문제 때문에 자꾸만 갈등이 생긴다.




연인이었다가 부부가 되고 나서부터는, 연애하던 과거엔 상관없던 배우자의 온갖 집안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대명절, 양가 부모님 생신, 제사, 김장, 어버이날… 많기도 정말 많다. 배우자는 내가 선택했다지만 배우자의 가족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에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




비단 배우자의 가족 문제뿐만 아니라, 분명 내가 선택해서 한 결혼인데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 보면 육아, 경제, 가사 등 여러 문제로 다투기도 하고 위기도 찾아오며 때론 결혼이라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불편함을 잘 참아서? 배우자를 더 사랑해서? 이혼할 용기가 없어서?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의 무게감보다 당신과의 결혼 관계에서 내게 가져다주는 행복감이 더 크기 때문에 그런 계산 하에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나의 체면, 내 자녀 내 부모님 생각, 정서적 안정감 등을 모두 포괄한다.




실화를 각색한 옛 드라마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부터 시작하여 최근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에는 다채로운 사연을 제공하는 수많은 부부들이 출연한다. 이들을 포함하여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이혼을 고려하는 이유는 대체로 하나로 수렴된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결혼은 사랑만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견딜 수 있어서 유지되는 것이다. 상대방의 결점을 포함하여 상대방의 주변에 관한 것들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결혼은 “너를 사랑한다”는 대단히 낭만적인 이유만으로 유지되기에는 너무 어렵다. 사랑한다고 해서 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반드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의 불편, 희생, 결점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여기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결국 사랑과 신뢰를 밑바탕으로 양쪽의 희생과 신중함이 필요하다. 결혼은 사랑에 대한 서약이기도 하지만 완전하지 못한 두 사람이 사랑을 함께 이어가겠다는 책임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포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의 주변과 결점까지 품겠다는 마음. 누가 더 힘드냐를 따지기보다 서로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이를 기꺼이 감내해 주는 것. 가장 계산적이지만 계산하지 말아야 할, 그런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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