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고 철없었던

by 김혜진

토요일이면 너는 외갓집 거실 통창 앞에 붙어 서서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너는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엄마를 기다린다고 했지. 연신 침이 떨어지는 턱받이를 매고, 기저귀로 인해 두툼해진 엉덩이를 들썩이며 유리창 가득 조그만 손자국을 만들었어. 입김이 뽀얗게 서리기 시작하면 대문으로 이어지는 마당 가에는 노랗고 하얀 소국이 피어 있었던가, 이제는 아련하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고 나서 많이 아팠었어. 그 아픔과 기다림이 교차하면서 몇 년 만에 나에게 온 너는 내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를 거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거였어. 벚꽃 잎이 도시의 거리에 눈처럼 내리던 날, 너는 세상에 나왔지. 마취에서 깨어나 너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은 어제 본 듯 항상 또렷하단다. 쭈글 하지만 뽀얀 얼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인사하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 너는 내 품에 벚꽃 송이의 모습으로 안긴 봄이었다.


우리는 가끔 너무 소중해서 너무 움켜쥐게 되거나 또는, 너무 조심하다가 손에서 놓쳐 버릴 때가 있지. 엄마는 회복된 건강과 맞물려 직장을 쉽게 놓을 처지가 아니었단다. 너를 낮 동안 돌봐줄 분이 필요했어. 다행히 주위에서 좋은 분이 계셔서 봐주겠다고 하셨지. 하지만 엄마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너를 시골 할머니 집에 보내고 주말마다 엄마는 너를 만나러 기차역으로 향했어. 그 발걸음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너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래도 저녁에는 안고 자야지. 그렇게 뚝 떨어뜨려 놓으면 안 돼.”

직장 선배님들이 너를 시골에 보낸 엄마에게 한 말이란다. 근데 그거 아니? 그때는 아무 말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걱정 없이 너를 돌봐줄 분은 너의 외할머니라고만 생각했었지. 그때는 그게 엄마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하지만, 거리가 멀어 매일 너를 볼 수 없다는 것에 엄마도 한동안 많이 슬펐어. 아주 많이.


잠 깐 만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네 동생이 태어나고 너는 네 살이 되었지. 너는 그때까지 시골 할머니 집에서 주말마다 엄마를 기다렸어. 마당에서 노랑나비를 따라다니다 대문 쪽을 한참 바라보곤 했다고 해. 그러곤 대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엄마’라고 했었대. 네가 자라는 많은 순간을 엄마는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거야. 그런데 젊은 엄마는 그게 잘못된 건지 그때는 몰랐던 거지.


동생이 태어나고 너는 드디어 유치원 때문에 엄마에게로 왔어. 그렇게 우리 네 식구는 평일에도 함께 살게 되었어. 그런데 그해 엄마가 얼마나 울면서 보냈는지 몰라. 네 동생을 품에 안고 자면서 그제야 너의 기다림을 알았어. 5일간의 엄마의 부재 그리고 짧은 만남이 반복되던 네 아가 시절의 마음이 느껴져서 엄마는 마음이 미어졌단다. 정말 밤에라도 데리고 있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질 못했구나. 서툰 네 엄마는.


자라면서 보이는 네 예민함, 아무것도 아닌 것에 보이는 네 고집스러움, 자주 감기를 앓아 기운 없어 보일 때마다 엄마는 네가 아가 시절 엄마 품을 그리워했던 탓인 것만 같았지. 엄마는 무엇을 놓지 못해 네 아가 시절을 많이 함께 하지 못했을까? 유난히 칭얼대며 잠투정이 많았던 이유가 평일 엄마의 부재였다는 것을 그 서툴고 젊은 엄마는 왜 몰랐을까? 직장에서 피곤하게 퇴근한 후 오히려 네가 옆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흔한 말로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어서 그랬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구나. 그게 최선은 아니란 걸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가 왜 배냇 이불을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는지를 엄마는 네가 다 자라서야 알았으니 말이다. 가끔 네가 나를 보며 조용히 웃어 줄 때는 아직도 가끔 눈물이 나곤 해. 엄마를 기다리며, 계절이 지나는 시골 마당에서 걸음마하던 아가의 모습이 보여서.


“엄마가 미안해”

라고 가끔 뜬금없이 말하면, 너는 이유는 묻지 않고 ‘뭐야?’라는 표정으로 멋쩍은 웃음을 웃지. 이 서툴고 철없는 엄마는 너를 키우는 일이 맨날 시행착오였던 것 같아. 그럼에도 너는 지금 네 몫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어른이 다 되었구나. 엄마를 닮아 조금은 예민한 성격이지만 씩씩한 어른이 되어 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단다. 오늘은 너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말해 주고 싶다.

“엄마가 많이 사랑한다. 나의 아가, 나의 큰아들. 너는 항상 나에게 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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