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4학년, 11살. 작년부터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나는 아직도 국민학교가 편하다. 오늘은 새 학년, 새 학기, 등교 첫날이다. 나는 벌써 10 대일만큼 다 컸는데 우리 엄마는 내가 아직도 애인 줄로 아신다. 오늘 아침에도 내 귀에다 "이러다 지각하겠다 밥 빨리 먹어라. 차 조심해라. 걸을 때 한눈팔지 마라." 끝없는 잔소리를 쏘아댔다. 피곤해진 귀를 닦으며 나는 10대답게 집을 나섰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웃음이 나왔다. 3학년까지는 1반, 2반, 3반... 계속 숫자로 반을 불렀다. 1학년은 5반, 2학년이랑 3학년은 6반이었다. 그런데 4학년이 되어 등교하니 매화반, 목련반, 철쭉반... 교실에 꽃이 폈다. 반에서 꽃향기가 나려나? 꽃이 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4학년 매화반 교실문을 활짝 열었다. 꽃이 없다. 다른 반에 가보니 거기에도 꽃은 없다. 이름만 예쁘다. 선생님께 여쭤보니 앞으로 학교에서 1반, 2반 같은 번호대신 예쁜 우리나라 꽃이름으로 반을 부르기로 했다고 하셨다. 교실에 꽃은 없지만 재미없는 숫자로 반을 부르는 것보다 멋지다.
등교 시간이 되니 아이들이 하나, 둘 반에 들어왔다. 이전에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도 있고, 처음 보는 아이들도 있다. 처음 보는 새 얼굴들을 보니 마음이 간지럽다. 같은 반이었으면 하고 기대했던 친구들은 없지만 쓱 둘러보니 이번 학년도 재미있을 것 같다. 추운 날 햇살을 듬뿍 받고 있는 내 책상과 의자도 마음에 쏙 든다. 따뜻한 의자에 앉으니 긴장했던 마음도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첫날 첫 시간에 선생님이 각 부장들이랑 반장을 뽑는다고 하셨다. 아직 아이들 이름도 모른데 체육부장, 오락부장 등 신기한 이름들을 칠판에 적으셨다. 모두들 칠판에 적힌 이름들을 눈만 꿈뻑꿈뻑 뜨고 바라봤다. 그러자 선생님이 각 부장에 어울리는 친구를 추천하라고 하셨다. 이름을 모르는 친구는 직접 가서 물어봐도 된다고 하셨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체육부장으로 추천하고 싶은 애가 있다. 축구는 남자만 하는데 교실 반대편에 축구를 엄청 잘하게 생긴 여자애가 있다. 신기해서 몰래 힐끔힐끔 쳐다보는 중이다. 모두들 조용히 앉아만 있자 나는 용기를 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여자 아이의 이름을 꼭 물어볼 것이다.
뚜벅뚜벅 그 애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킥킥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애들이 나를 보며 웃는 건지 몰랐다. 떨리는 마음으로 걸어가 그 아이한테 이름을 물어보니 아이가 웃으며 이름을 말해줬다. 그러자 선생님이랑 아이들이 다 같이 엄청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하하하하 "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아까는 긴장을 풀어주던 의자가 지금은 가시방석 같다.
다들 도대체 왜 웃는 거지?
그 친구 이름은 김미정이다. 쉬는 시간에 물어보니 축구를 못한다고 했다. 분명히 날쌘돌이처럼 생겼는데 축구를 못한다니 말도 안 돼!
또 궁금한 게 있는데...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의 이름은 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