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야, 사진 한 장 찍어도 돼?"
"그래."
오늘도 내 색이 너무 강했나? 선글라스를 쓴 나를 보고 동기가 사진 찍는다. 어색함은 안경 뒤로 숨기고 찰칵! 나는 어디서든 나만의 색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세상은 나를 무채색이 되라고 하지만 꿋꿋하게 나만의 색을 발하는 중이다.
나의 첫 회사는 고맙게도 여름과 겨울에 1주일씩 전 직원에게 휴가를 줬다. 처음으로 맞는 겨울 휴가 때 엄마가 바로 집으로 오라고 하셨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안과로 향했다. 온갖 장비들로 내 눈을 들여다본 후 각막이 얇아서 라식수술은 못하고 라섹수술을 겨우 할 수 있다고 의사가 말했다. 동생이 안경 안 쓰고 싶다고 해서 수술하는 김에 나도 같이 하라고 하셨다. 잠시 고민됐지만 안경을 안 쓰면 편할 것 같아 다음날 수술하기로 하고 집에 왔다.
수술하는 날 긴장하며 눈에 안약을 넣고 수술대에 누웠다. 불빛 한 점에 초점을 맞추라는데 조금 전에 넣은 안약이 마취제인지 자꾸 잠이 와서 초점이 흐려졌다. 각막이 워낙 얇아서 수술하고도 안경을 써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봐야 하는데 자꾸 잠이 왔다. 그렇게 졸면서 수술한 후 나는 눈을 보호하는데 총력을 다했다. 일주일 동안 빛을 안 보는 게 좋다고 해서 수건으로 눈을 돌돌 말고 지냈다. 덕분에 언니가 머리도 감겨주고 밥도 먹여주는 호사를 누렸다.
수술 후 출근하는 첫날부터 나는 유명해졌다. 내가 근무하는 건물에서 사내 식당까지 10분 이상 걸어야 해서 선글라스를 쓰고 걸었다. 수술 후 눈이 빛에 예민해져 의사가 선글라스 착용을 권했기 때문이다. 매일 걷던 길을 걷는데 많은 사람들이 쳐다봤다. 선글라스를 쓰면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하고 벗으면 눈이 아팠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눈을 생각하며 애써 외면했다. 사내 복장 법규를 어기는 것도 아니니 그냥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3개월만 쓸 테니까.
같은 시기에 라식수술한 동기의 시력 회복이 더뎠다. 동기한테도 선글라스를 권했지만 끝까지 거부하다가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내 눈 회복이 더 중요한가? 사람들 눈에 띄는 게 중요한가? 나는 전자지만 동기는 후자였나 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여서 회사에서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나뿐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닌데 잠시 선글라스를 쓰고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회사에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던 때 들었던 말들 중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하철에서 선글라스 낀 사람을 보면 쌍꺼풀수술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빛나 씨를 보니 라섹수술한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는 다르게 생각해야겠어요."
이 분이 나로 인해 선글라스를 낀 사람에 대한 편견이 조금 깨져서 좋았다. 그리고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지하철에 타야 했던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모두 고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사회적 통념에 따라 나무를 그릴 때 모두 똑같이 굵은 줄기, 나뭇가지 조금과 뭉게구름 같은 이파리들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생각하는 나무를 그렸으면 좋겠다. 누군가는 잎을, 다른 누군가는 나뭇가지, 줄기, 또는 뿌리를 그리면 그게 모여서 하나의 멋진 나무가 될 것이다. 모두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보다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를 보완해 주는 사회가 더 건강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