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진단서
[깊은 외로움의 신호]
1. 누군가 들어주기만 하면 말이 많아진다
2. 모임에서 '버려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3. 타인의 필요를 항상 내 것보다 우선시한다
4.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도와주려 한다
5. 고립감을 느끼며, 아무도 진짜 나를 모른다고 느낀다
6.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7. 인간관계에 집착하게 된다
"당신은 깊은 외로움을 겪고 있다"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축하할 일이다. 당신은 이제 현대인의 90%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외로움 클럽'의 정식 회원이 된 것이다. 회비는 없지만 대신 밤마다 천장을 바라보며 지불하는 시간이 있다. 외로움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웃프고 찡한 7가지 신호가 있다. 마치 외로움이 우리에게 보내는 암호 같은 것들이다. 이 암호를 해독해보면서,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누군가 들어주기만 하면 말이 많아진다"는 첫 번째 신호다. 평소에는 '응', '네', '그래' 삼총사로 대화를 이끌어가던 당신이, 누군가 진짜로 귀를 기울여주면 갑자기 토크쇼 진행자로 변신한다.
택시 기사가 "오늘 날씨 좋네요"라고 한마디 건네면, 당신은 어느새 오늘 아침에 마신 커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초등학교 때 기른 강아지 이야기까지 쏟아내고 있다. 기사는 당황하고, 당신은 나중에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준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또 과하게 말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결국 악순환이 시작된다. 말할 기회가 줄어들수록 말하고 싶은 욕구는 더 커지고, 그 욕구가 클수록 기회가 생겼을 때 더 과하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신호는 "모임에서 '버려지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현실적인 고통이다. 회식 자리에서 모든 사람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당신만 혼자서 치킨을 정성스럽게 뜯고 있는 상황. 마치 3D 영화를 안경 없이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더 웃픈 것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취하는 대응법들이다. 화장실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핸드폰을 보며 바쁜 척을 한다. 심지어 가짜 전화를 받는 연기까지 한다. "응? 어? 지금 못 받아, 모임 중이야. 응, 재밌어." 물론 아무도 걸지 않은 전화를 받으면서 말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모임에 나가지 않으면 더 외로워진다는 사실이다. 버려지는 기분이 들어도 나가고, 안 나가면 소외감이 든다. 결국 우리는 딜레마 속에서 살아간다. 모임의 주변인이 되느냐, 모임 밖의 외부인이 되느냐의 선택지만 남은 채로 말이다.
"타인의 필요를 항상 내 것보다 우선시한다"는 세 번째 신호는 겉보기엔 참 착한 행동 같다. 하지만 이는 착함이 아니라 생존 전략인 경우가 많다.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라는 무의식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친구가 "이사 도와달라"고 하면 일요일 계획을 다 취소하고 달려간다. 동료가 "이 일 좀 대신해줄 수 있어?"라고 하면 자신의 업무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어도 "괜찮다, 내가 할게"라고 말한다. 마치 호구의 신이 빙의된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이런 행동이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해주는 것들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당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다들 바쁘다고 한다. 그때서야 깨닫는다. '아, 나는 ATM기였구나.'
네 번째 신호인 "지나치게 친절하거나 도와주려 한다"는 앞의 신호와 연결된다. 우리는 친절함을 무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한다. 마치 친절 포인트를 쌓으면 나중에 사랑으로 교환해줄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편의점에서 계산할 때도 "감사하다, 수고하시라, 좋은 하루 되시라"를 연발하고, 엘리베이터에서는 모든 층 버튼을 다 눌러주려고 한다. 심지어 문을 잡아주다가 뒤에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10초나 기다린 적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친절은 때로 역효과를 낳는다.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는 더 친절하게 굴려고 노력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친절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다섯 번째 신호는 "고립감을 느끼며, 아무도 진짜 나를 모른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철학적인 외로움이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라고 느끼는 그 기분 말이다.
SNS에 올린 사진에는 좋아요가 수십 개씩 달리고, 생일에는 축하 메시지가 쏟아진다. 하지만 정작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당신의 표면만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가장 슬픈 순간은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다가도 "이 사람도 결국엔 진짜 내 모습을 알면 실망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때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벽을 쌓아올린다. 상처받기 전에 미리 거리를 두는 것이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이라는 여섯 번째 신호는 현대인의 고질병이다. 직장에서는 딱 업무 관계, 동네에서는 인사 정도, 동호회에서는 그냥 참여자 A. 어디서도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이 기분이 극대화된다.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짝을 이루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데, 당신만 어색하게 끝자리에 서 있다. 나중에 사진을 보면 마치 포토샵으로 억지로 합성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장 아픈 것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때다. 이미 형성된 그룹에 끼어들려고 하면 "나는 외부인이구나"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점점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게 되고, 결국 진짜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지막 신호인 "인간관계에 집착하게 된다"는 가장 위험한 신호다. 외로움이 극에 달하면 우리는 관계에 매달리게 된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게 되고, 건강하지 못한 관계도 붙잡으려고 한다.
친구의 연락이 하루만 없어도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고민하고, 단체 톡방에서 내 메시지에만 반응이 없으면 밤새 그 이유를 분석한다. 심지어 읽음 표시가 안 뜨면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한다. "폰이 고장났을 수도 있고, 바쁠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피하는 것인가?"
이런 집착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다. 상대방은 부담을 느끼고, 우리는 더욱 불안해한다. 결국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된다. 사람들이 정말로 떠나가버리는 것이다.
이 모든 신호들을 읽어보니 어떠한가? 뼈를 때리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었는가? 사실 이런 외로움의 신호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신호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아, 내가 지금 외로워서 이런 행동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순간, 조금씩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외로움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신호등 같은 존재다. "지금 당신에게 진정한 연결이 필요하다"라고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자다. 물론 가끔은 너무 떠들어서 시끄럽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외로움을 느낀다고 자책하지 말라. 대신 이렇게 생각해보라. "나는 지금 사랑받고 싶어하는 정상적인 인간이구나." 그리고 천천히, 조금씩, 진정한 연결을 만들어가면 된다.
외로움이라는 동거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완전히 쫓아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이좋게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혼자서도 괜찮고, 함께여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