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쓰레기는 매번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현수막, 벽보, 공보물 등 많은 홍보물들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을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투표 시 유권자들에게 비닐장갑까지 배부되면서 선거 쓰레기 문제는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환경 단체에 의하면 이번 선거에 사용된 현수막은 약 10만여 장, 벽보와 공보물은 5천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닐장갑은 유권자 모두가 사용했을 시 최대 8천8백만 장이 사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문제 때문에 비닐장갑 사용을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꾸었지만(확진자·격리자 제외), 투표소에서 별도의 안내 사항이 없어 배부해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침이 바뀐 것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의 선거는 쓰레기를 일단 생산하고 후처리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행정안전부가 올해부터 현수막 재활용 지원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고 22곳의 지자체가 선정되어 에코백, 마대자루 등으로 재탄생시켜 시민들과 사회적 기업, 시장 등에 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수요처다. 원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의 얼굴이나 이름, 정치적인 문구가 들어간 에코백을 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드물다. 색이나 재질도 디자인적으로 예쁘지 않기 때문에 활용하기 좋은 소재는 아니다. 이 때문에 현수막 재활용률은 점점 줄고 있다. 폐현수막 재활용률이 2018년 6·13 지방선거의 33.5%였던 것에 비해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5%에 그쳤다.
쓸모를 찾지 못한 현수막의 종착지는 매립 혹은 소각인데 매립지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로 보면 거의 소각만이 유일한 처리 방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선거에 사용되는 현수막과 펼침막은 폴리에스테르가 주성분인 플라스틱 합성섬유이기 때문에 소각 시 여러 유해 물질이 배출되어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각 가정에 일괄적으로 배부되는 공보물은 코팅 종이인 경우가 많아 역시 재활용이 어렵다.
애초에 처리도 재활용도 어려운 한 번 쓰고 버리는 어마어마한 양의 선거 쓰레기들을 생산하는 선거 방식은 기후위기 시대를 역행한다. 작년 재보궐 선거 시 일부 후보자들이 비목재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한 공보물을 제작하거나 펼침막을 사용하지 않는 등의 '제로웨이스트 선거'를 시도한 후보자들도 있었지만, 법이 바뀌지 않은 채 후보 개인의 노력으로 선거 문화를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는 6월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앞두고 있다.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 교육감 등 대선보다 훨씬 많은 후보들이 출마할 예정이고 더 많은 홍보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산업이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의 시대에 왜 선거 시스템만은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선거 문화는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