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와 봉투를 들고나가 거리와 바다의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이들은 자신이 버리지도 않은 쓰레기를 줍기 위해 시간과 노동을 들여 플로깅(Plogging)에 참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투기된 쓰레기는 사라지지도 줄어들지도 않는다.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될 텐데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세상이다.
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담배꽁초다. 흡연인들 중 담배꽁초를 제대로 처리하는 사람을 보기는 드물다. 공간의 주인도 아니면서 암암리의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캔 통을 재떨이로 공동 사용하거나 바닥, 하수구 등에 버리기 일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는 담배꽁초를 모아 담배 제조사 'KT&G'에 보내 책임을 묻는 어택을 실시하고 있다. 담배꽁초를 버릴 때 특별 제작된 친환경 종이에 감싸서 버리도록 무료 배포하여 캠페인을 펼치는 '시가랩'도 있다.
최근엔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까마귀까지 동원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까마귀는 훈련을 받으면 6살 아이의 지능을 가질 수도 있을 정도로 가장 똑똑한 새 부류에 속한다. 이를 이용하여 스웨덴 스타트업 '코비드 클리닝(Corvid Cleaning)'은 까마귀를 훈련시켜 담배꽁초를 줍게 하는 프로젝트를 계하고 있다. 까마귀가 담배꽁초를 주워와 기계에 넣으면 견과류가 보상으로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강요가 아닌 원하는 만큼 보상해 주는 형식이다.
스웨덴의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재활용 캠페인을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 '킵 스웨덴 타이디 파운데이션(Keep Sweden Tidy Foundation)'에 따르면 스웨덴 거리에 매해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약 10억 개에 달하며 이는 전체 쓰레기양의 62%를 차지한다. 훈련된 까마귀가 거리의 담배꽁초를 줍는다면 현재 거리 청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7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도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까마귀의 지능을 이용해 쓰레기를 청소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거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특히 까마귀는 똑똑하기 때문에 쓰레기를 먹을 위험도가 낮다는 의견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까마귀가 담배꽁초를 줍는 과정에서 니코틴을 포함한 여러 유해 물질이 부리에 묻게 되고 섭취하게 되면 까마귀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간이 저지른 문제를 동물이 해결하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은 과연 괜찮은 걸까. 자기가 만든 쓰레기를 잘 처리하고 버리지 않으면 제일 간단할 텐데, 인간은 일단 버리고 그걸 처리하기 위해 수많은 에너지를 들이며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