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에서 살아야하나요?
어디서 봤더라? 팜유?
생활용품이나 화장품, 식품의 성분표를 볼 때마다 스치듯 읽게 되는 팜유.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 팜유는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 것일까?
팜유는 팜나무 열매 과육에서 채유(採油)하는 식물성유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식용기름이다. 다른 식물성 기름에 비해 같은 재배 면적에서 10배 정도의 양을 생산할 수 있어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하다. 동시에 식물성 기름이기에 때문에, 생산시 기름이 필요한 거의 모든 제품(라면, 과자, 인스턴트 커피, 초콜렛, 화장품, 바이오 디젤, 제약 등)에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팜유의 90%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다. 대부분 숲을 태워 채취하고 다시 밭을 만드는 방법을 취한다.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지부에 따르면 1990년대이래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파괴되었으며 현재도 연간 2만㎢씩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생산방식으로 인한 인도네시아의 일일 평균 탄소배출량은 2,300만t으로 미국(1,600만t)을 넘어섰다. 세계 1위인 중국(2,930만t)의 탄소배출량을 넘어선 기간이 14일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팜유를 태워 발생한 연기가 인도네시아는 물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에 이어 필리핀까지 퍼져, 2015년에는 국제선 여객기가 취소됐다.
실제 멸종을 코앞에 둔 오랑우탄들
팜유 생산을 위한 농장과 생산방식은 위와 같은 환경파괴와 대기오염 등 심각한 지구적 피해를 일으켰고 당장 그 곳에 서식하던 오랑우탄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함으로써 ‘멸종위기종’이던 오랑우탄을 2017년 ‘절멸위급종’으로 만들고 말았다. 실질적으로 멸종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농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오랑우탄들은 총에 맞아 사살되거나 불에 타죽는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집을 잃고 배고픔에 방황하는 어린 오랑우탄은 쉽사리 표적이 되어 포획되고, 암시장에 거래되며 밀렵꾼들은 살아있는 어미를 그 자리에서 사살하거나 기절시킨 뒤 약재, 식용, 전리품 등으로 팔기도 한다.
살아남아도 돌아갈 곳이 없어요
열대우림의 불과 밀렵꾼들의 눈을 피해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다. 당장에 서식지를 잃은 오랑우탄은 자연스레 먹을거리를 찾아 주민들의 농장으로 내려오게 되고, 농장주들은 오랑우탄이 밭을 망친다는 이유로 사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름야자를 재배하기위해 밀어버린 벌판에 숨어, 오랜 기간을 피신해 있다가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병들기도 하며 그런 과정에서 인간에게 발견될 경우 팜유 재배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또다시 죽임을 당하고 만다.
흔히 ‘멸종위기 등급’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9개 등급에서 오랑우탄은 절멸-야생절멸 바로 직전 단계인 ‘절멸 위급종’에 놓여있다.
과학자들은 보르네오와 수마트라의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는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이 오랑우탄 멸종의 주원인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며 환경단체들은 오랑우탄 서식지가 기름야자 플랜테이션 단지로 변하는 것을 중단시키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유엔(UN)에서 발표한 오랑우탄 보호 목적의 킨샤사 선언(Kinshasa Declaration)에서도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의 서명을 끌어내지 못했다.
팜유를 허용하는 각국 정부에서는 기업들이 팜유 사용의 악영향에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낼 것을 입법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오랑우탄 멸종의 원인을 지식의 부족이 아닌, 기업의 탐욕과 정치적 무능력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할 위치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만의 이유로 거의 모든 물품, 식품에 이용, 포함되어 현재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는 팜유와 그것의 생산방식, 전세계적인 소비물량은 야생 절멸을 앞두고 있는 오랑우탄들의 운명에 더욱 위협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