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위한 동물권은 보장되고 있을까?
기사 요약
1. 2022년 8월 12일은 코끼리의 날을 제정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2. 10년이 지난 지금도 코끼리의 동물권은 보장되고 있지 않다.
3. 재미를 위해 무심코 관람한 동물 공연이나 동물 체험이 잔인한 동물학대의 산물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년 8월 12일은 ‘세계 코끼리의 날’이다.
2012년 전 세계 코끼리 보전에 대한 대중 인식을 증진시키고 보전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캐나다 감독인 패트리샤와 태국 코끼리 재단의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지원했다. 그 이후로 패트리샤는 매년 지속적으로 세계 코끼리의 날을 이끌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야생 동물 단체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기념하고 있다.
코끼리의 날이 처음 생긴 지 10년이 지난 현재, 과연 코끼리들의 동물권은 보존되고 있을까.
지난 2020년, 세계동물보호협회(WAP, World Animal Protection)는 관광 산업에 동원되는 코끼리를 대상으로 ‘파잔’ 의식을 행하는 현장에 잠임 취재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파잔(Phajaan)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일 수도 없는 작은 나무틀에 넣어 네 발과 몸을 모두 고정시킨 후 약 일주일 동안 뾰족한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때리면서 야생성을 없애는 과정이다.
쇼나 관광 상품으로 쉽게 길들이기 위해 주로 어린 코끼리들이 파잔의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앙커스(Ankus)나 불혹(Bullhook)이라는 쇠갈고리를 사용해 반복적으로 귀나 항문 등 민감한 부위를 찔러 후에는 작은 자극에도 사람의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도록 훈련한다. 훈련이 끝난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상처와 고통으로 죽게 되고 살아남은 일부 코끼리는 관광객을 태우거나 쇼에 이용되거나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는데 이용된다. 특히 트래킹에 이용되는 코끼리들은 수년간 사람들을 태우다 척추 손상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코끼리 트래킹 체험이라는 행사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제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코끼리 트래킹 체험’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도 최근에 체험을 진행한 사람들의 후기가 넘쳐난다. 방콕 여행을 다녀온 한 블로그 글에는 “조련사분이 코끼리 말 안 들으니까 망치로 때리시던데 좀 불쌍하다.
하지만 은근 길게 태워줘서 한 번쯤 경험해보면 좋을 듯” 이라는 글을 남겼다. 수요가 없어야 공급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동물원에서 진행하는 코끼리 공연 역시 후기가 넘쳐난다. 제주에 있는 한 테마파크에서는 코끼리들이 20여 년간을 매일 똑같은 동작과 공연을 진행한다. 야생에서 자라야 할 이들이 인간들의 재미를 위해 포획되고 포획된 코끼리는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거쳐 관광 산업에 이용된다.
동물 학대를 일삼는 관광상품을 즐겨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일각에서는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국내 여행사 하나투어는 코끼리 트레킹이 포함된 동물 학대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코끼리 보호구역에서 코끼리에게 먹이 주기, 목욕시키기 등 동물을 보호하고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국회는 동물 학대 근절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2023년 이후 모든 야생동물의 공연을 금지하고, 2028년 이후에는 소유까지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서커스 업종은 폐업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서커스 업종 사람들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말하지만 소중한 생명에게 학대를 일삼으면서 하는 생존은 지성을 가진 성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코끼리는 돌고래나 영장류처럼 자의식을 가지고 있고, 동료의 슬픔을 함께 나눌 줄 아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저 재미를 위해 무심코 관람한 동물 공연이나 동물 체험이 잔인한 동물 학대의 산물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