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관한 문제 인식이 커지면서,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산업화 이전으로 맞추는 '넷 제로(Net Zero)'를 위한 혈투가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그린뉴딜을 선언하였고, 지난달 말에는 P4G 서울정상회의를 개최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제로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와 함께 채식 식생활도 주목받고 있다. 광주와 전남 지역을 시작으로 울산, 서울, 대전, 경남 지역 학교들이 채식 급식 도입을 밝히거나 고려하고 있고, 채식운동본부는 각 학교, 교육청, 관련 기관과 산하기관에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고 주 1회 채식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서를 보내기도 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의 확산과 ‘공공 급식 채식 선택’ 헌법소원도 이런 맥락에서 눈치 안 보고 채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이다.
채식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축산업의 개선 없이는 넷 제로도 이룰 수 없다.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박종권 공동대표의 말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0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고, 소의 되새김질에서 발생하는 트림 및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 더 강력하다. 그밖에 돼지 8억 마리, 양 10억 마리, 닭은 200억~30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 엄청난 양의 가축을 먹일 사료도 영향이 크다. 콩과 옥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밀림을 태워 엄청난 탄소를 배출시키고, 사료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이 비료에서 배출되는 아산화질소의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의 296배이다.
미국 환경단체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식품 1kg당 탄소 배출량은 소고기 26.5kg, 돼지고기 7.9kg, 닭고기 5kg이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소고기가 110g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햄버거 두 개만 먹어도 약 6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는 30년생 소나무 한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육식으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을까?
2019년 우리나라 1인당 평균 축산물 소비량은 소고기 12.7kg, 돼지고기 27kg, 닭고기 14.2kg으로 매년 소비량이 약 4%씩 증가하였다. 여기서 발생하는 탄소는 소고기 336.5kg, 돼지고기 213.3.kg, 닭고기 71kg로 합계 620.8kg, 즉 국민 1인당 매년 30년생 소나무 104그루가 흡수하는 양의 탄소를 육류 소비로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우리나라 인구 약 5천 2백만이 소, 돼지, 닭고기 소비로 배출한 탄소는 30년생 소나무 54억 그루가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1주일에 하루라도 채식하면 7억 7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 국민 하루 채식으로 달성할 수 있는 탄소 감소량이 결코 적지않다.
기자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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