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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13. 2024

<작가님, 저 브런치스토리 작가 되었어요>

- 김윤경 작가님을 만나고 오다 

여름 과일이 한창이다. 잘 익은 탐스러운 복숭아들이 맛있어 보인다. 농사를 잘 지은 것 같다. 과일 크기도 성인 남자 주먹만 하다. 볼터치에 바르면 볼이 아주 사랑스러울 것 같다. 그 고운 빛깔이 먹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류 화가님의 개인전에 복숭아를 갖고 가고 싶었다. 지금이 여름이고, 또 주렁주렁 탐스럽게 잘 익은 과일을 들고 가서 작가님의 번영과 발전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작가님과 눈이 마주쳤다.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신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노란 햇살이 반기는 듯 내부가 환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 그림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옅부른 푸른빛이 나를 저 너머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저 너머의 미지의 세상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의자가 있고 그림자처럼 무지갯빛 스트라이프가 있고 작은 둥근 원형체가 4개 중간에 떠 있는 것처럼 있고 길고 긴 커튼이 꼭 중세의 대리석 기둥처럼 있는 그림이었다. 그 그림은 나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방스 로사리오 성당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파랑, 노랑 스테인드글라스가 시간과 빛에 따라 펼쳐지는 색의 그림자처럼 선생님이 의자 밑에 그려놓은 푸른빛의 스트라이트 색채는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주옥이 펼쳐져 있는 것 같고, 그 작은 노랑 원형체는 나의 소우주 같았다. 그 소우주 뒤에 옅은 푸른빛의 바탕은 나의 무한한 미지의 세계로 보였고,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 나는 혼자 힘으로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못 본 그림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른 그림들도 밝고 환하고 안정감을 주는 그림들이었다. 연한 회색, 짙은 회색, 살색 등 바탕이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프의 변주도 다양했다. 어두운 색상도 있지만 그림들은 다 밝고 환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지난주에 개인전을 하신다고 초대를 해주셨다. 7월에 개인전을 하신다고 하셔서 내심 기다리고 있었다. 초대장 표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작가님은 올봄, 3월에 만났다. 야윈 모습이었지만 작가적인 포스가 느껴졌다. 야무지게 말하지 않고 뭔가 어벌쩡하게 말하는데 나는 왠지 그 모습이 거북하지 않았다. 인공적으로 깎이지 않은 모습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공부한 사람 같지가 않았다. 자로 잰 듯한 사람보다는 정이 더 간다. 


작가님의 개인전 초대 문자를 받고 나는 마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접수할 주제, 키워드, 기획의도, 해시태그, 목차 1, 목차 2, 목차 3,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었던 수많은 제목들, 조금씩 쓰다 만 글들, 초고들,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작가님의 프로필을 꼼꼼히 읽어보니,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살았는지, "나의 빛 일기"에 나와 있는 작가님의 사유, 사색을 곱씹어 읽어보니, 얼마나 많은 노고가 묻어 있는지 짐작이 갔다. 유튜브 영상 중 윤기원의 인터뷰가 있는데, 나는 자주 본다. 그 영상에 나오는 수많은 작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의지, 뼈와 살을 깎는 사색, 명상을 접하게 되면서 미술과 예술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림은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힌다. 정말 쉽게 생각을 했었다. 초, 중, 고 학교 다닐 때 내가 배우고 그렸던 미술처럼 말이다. 그런데 작가들은 자신만의 주제와 소재를 찾아서 그림의 도구, 매체, 기법이 달랐다. 유리를 깨어 붙이는 작가도 있고, 색채를 입히고 말리고 숙성하는 시간도 있었다. 


작가가 들려주는 현대미술사 공부와 도슨트 양성 과정 수업을 들었던 기간 동안에 나는 미술과 예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그들의 땀과 열정, 쥐어짜는 듯한 사색과 탐색, 끊임없는 인고의 노력을 안 이후에 작가들을 아끼고 위로해 주고 좋아해 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림을 산다는 것은 소우주를 만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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