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문장씩 곱씹어 쓰기도 합니다. 그저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잖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언제나 미래를 꿈꾸고
현재는 우울하고 슬픈 것!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들은 또다시 그리워지나니.
나는 푸시킨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가 언제 어떻게 이 시를 쓰게 되었는지 굳이 찾아보고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알고 시를 알고 그런 나의 여학생 시절에 알게 되었습니다. 좋아했었던 시였지요. 어떤 심오한 뜻, 의미를 알고 좋아한 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 시를 알고 그런 시를 읊고 다닌 여학생, 지적 허영심을 채워 준 시였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시가 전혀 생각이 안 났습니다. 책 자체도 안 보고, 활자 자체도 안 읽고, 그저 문학과는 담쌓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지금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써봅니다. 지금 저에게 딱 어울리는 시인 것 같습니다.
요즘 내가 쓴 시들, 그저 끄적거려 보고, 갑자기 떠올라지고 그저 우스울 필에 끌려서 끄적거려 보는 시들입니다. 시를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보기에는 어린아이가 쓴 시 같기도 하고 사유와 사색이 미흡한 시 같기도 하고 모자란 시 같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씁니다. 이런 시를 쓸 줄도 몰랐던 내가 쓰고 있는 것도, 내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화면을 보고 자판을 치고 나의 생각들을 써내려 가는 내가 좋아서입니다. 서랍 속에 끄적거린 것을 넣어두기보다는 낯간지럽고 부끄럽지만, 처음 분식집하는 여사장처럼 메뉴를 자꾸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손님이 무엇을 좋아할지, 손님이 좋아하는 게 몰라서 자꾸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는 것처럼요.
나는 아직 떫은맛을 지닌 감, 어린 감입니다. 아무리 단맛을 내고 싶어도 아직 설익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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