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맛, 시원한 맛, 새콤한 맛 내 속에 숨어있는 감정들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서 글을 쓰게 되어서 무엇보다 사회생활 할 때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자기소개할 때 남들은 쉽게 가지고 있지 못하는 프로필을 갖게 되어서 자기소개할 때 주춤할 필요도 없고 창피하지가 않아서 좋다.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영화를 보거나 댄스 안무 연습을 하거나 영어회화 공부를 하거나 무엇이든 하고는 있지만 남편의 퇴근이 늦으면 어떤 일을 하든 무료해지는 때가 오기 마련이었다.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달콤한 주전부리를 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나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무료할 때가 있어진다. 그럴 때면 자꾸 벽시계를 보거나 손목시계를 보거나 휴대폰의 디지털시계에 눈이 자꾸 간다. 언제 오나? 싶어서, 혼자 있으면 좀 심심해진다.
그런데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서 마냥 글을 쓰고 있으니, 시간이 너무 잘 가서 탈이다. 집안일도 자꾸 미루어놓아서 세탁물이 가득히 쌓여 있다. 원래 그렇게 깨끗하게 살지 않고, 그렇게 더럽지도 않고 내 편한 대로 치우고 산다. 그런데 자꾸 집안일도 뒤로 미루어 놓고, 영어회화 공부도, 댄스 안무 연습도 자꾸만 다음 순위가 된다.
밥을 먹다가도 샤워를 하다가도 화장을 하다가도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무엇을 하든 자꾸만 머릿속에서 끄적거리고 있어서 그냥 자꾸만 생각이 나서 또 쓰고 반복하고 산다. 브런치스토리의 작가가 된 이후로 삶의, 일상의, 하루의 첫 시작, 눈 뜨자마자, 자기 전까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꾸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하루의 계획대로 살자. 다짐을 해도 어느새 그 다짐은 물거품이 된다. 제대로 된 글 한 편, 꼼꼼히 읽고 퇴고하고, 또 읽고 퇴고하고 그렇게 써야지, 해도 내 의지에 브레이크가 안 걸린다.
남편의 사업장 평가가 끝났다. 끝나자마자 내게 전화하고 달려온 남편과 오랜만에 얼큰무갈치찜 요리를 먹으러 갔다. 여름밥상으로 잘 차려진 밥상이다. 호박잎쌈, 가지볶음, 무나물볶음, 열무물김치, 호박잎 전, 고추밀가루찜과 함께 나온 얼큰무갈치찜과 푸짐하게 배불리 먹었다. 공깃밥이 다른 식당보다는 작지만 좋은 쌀을 쓴다. 밥맛이 좋은데, 남편은 세 그릇을 먹었다. 남편은 그 힘든 평가를 끝내고 나서 얼굴빛이 편안해 보인다. 어쨌든 하반기 내내 언제 평가를 받을자기 마음을 애태우는 것보다는 준비가 부족했어도 빨리 끝난 게 다행인 것 같다. 남편은 젊을 때보다 살도 적당히 쪄서 보기가 좋다. 사람들이 얼굴이 훤해져서 돈을 잘 버나보다, 며 농담 어린 인사를 한다고 한다. 남편은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나쁜 생각이 들어올 일이 없다. 나쁜 생각이 좀 들어와도 금방 사라진다. 나쁜 생각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을 쪼개도 바쁘다.
그런데 잊고 있었던 응어리들을 꺼내는 요즘의 이런 시간들은 그리 달갑지가 않다. 잘 보내고 있는 요즘의 시간들만 보이면 이 시간들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현재의 이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쉽게 알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해도 공감도 어렵지 않을까?
연재브런치 1호가 부부갈등, 부부위기를 어떻게 잘 극복하여 지금의 일상과 행복을 찾았는지,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 어떤 여정을 했는지, 그것을 적는 게 아닌가?
저 우물 깊숙한 곳에 버려두고 꺼내고 싶지 않은 것들을, 삭아서 없어지기를 바랐던 것들을 끄집어 올리니 유쾌하지가 않다. 남편을 팔아야 사는 여자가 되는 건가 싶다? 남편은 괜찮다고 한다. 남편한테는 연재브런치북은 읽지 마라고 했다. 연재를 다 마치면 한 번에 쭉 읽어달라고 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이야기 배치는 어떻게 할까?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우리의 사생활인데, 내가 어디까지 쓰고, 어디까지는 숨겨야 하나? 진실을 쓰돼 진실이 다 드러나지 않게 쓰려면 어떻게 써야 될까? 고민이 깊어진다.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되는가? 나와 남편의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좋은 의미로 될 것인가?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