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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16. 2024

<내가 사고 싶은 그림 세 점>

-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림 세 점이 있습니다

올해 5월 대구 아트페어에서 내가 사고 싶은 그림 세 점을 만났다. 지금도 그 그림 세 점이 내 마음속에 있다. 나레이스 그림, 부엉이 그림, 사랑 그림이다. 나 혼자서 산책하듯이 지나가면서 그림들을 보고 있었는데 그 나레이스 그림과의 거리는 좀 멀었지만 어느새 나는 그 그림 앞에 서 있었다. 작고 귀엽지만 예쁘기도 한 금발의 긴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날리는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로 꽃길을 걸어가면서 나를 보고 있다. 배경은 바다인데 주변에는 바다에서 자라는 해초들이 있고 나무들이 있다. 그림을 뚜렷이 보고 있는데 그 그림의 나레이스와 닮은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예쁜 여자분이 내게 다가왔다. 작가였다. 

예쁜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고생의 흔적이 보였다. 양쪽 눈 가장자리의 부근에 큰 기미들이 땡땡이 무늬로 나있었다. 애처로워 보였다. 대화하는 내내 알았다. 나와 결이 같은 사람이다. 마음이 여리다. 


나레이스는 요정이라고 했다. 미운새끼오리가 백조가 된 이야기와 흡사한 신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레이스는 작가의 뮤즈였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 사람과의 관계로 깊은 상처를 받고 치유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나도 사람과의 관계로 마음을 앓았다. 그래서일까? 그 그림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부엉이 그림, 총명한 눈이 나를 보고 있다. 춥고 시린 하얀 겨울, 하얀 눈이 오고 있는 배경, 큰 나무 둥치에 한 마리의 부엉이가 금관을 쓰고 눈을 맞으며 무언가 생각하며 서 있다. 정면 응시가 아니라 사진기사가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옆으로 살짝 돌리세요, 요구하듯이 서 있다. 서 있는 정적인 모습인데 부엉이의 총명한 눈은 출발하기 전의 사색과 사유, 눈을 맞고 있는 부엉이의 포즈는 처연하면서도 의연한 것 같기도 하고, 굳건한 의지가 서려 있는 것 같다. 그 노란 왕관을 쓴 부엉이, 한참 지났지만 다시 보고 싶은 그림이다. 


직원이 다가왔다. 젊은 남자였다. 처음에는 작가로 알았다. 젊은 남자여서 부엉이 그림이 깔끔하고 단순하면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구상이지만 추상과 가깝다. 그런 생각이 드는 그림이다. 작가는 부산에 살고 있다고 한다. 중견작가이고 대만에서 그림이 잘 팔리는 실력 있는 작가라고 소개를 했다. 그런데 이 그림만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작가의 초기작, 처녀작이다. 내가 짐작한 대로였다. 작가가 젊었을 때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린 그림이다.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는 두 그림. 작가의 처녀작, 초기작이다. 나레이스는 작가가 마음을 다치고 그린 것이고, 부엉이는 작가가 부엉이 연작시리즈를 하기로 생각하고 난 후, 처음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나레이스를 그린 작가님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놀랐다. 구상이지만 작가의 설명을 듣기 전에, 나는 그 그림이 말하고 있는 것을, '나는 직감했구나' 그림 공부를 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3월부터 시작, 4월 14일 부산 아트페어, 5월 3일 대구 아트페어, 그림에 대해서도 미술에 대해서도 아직 미숙하고 입문 단계이다. 그림을 많이 보지도, 미술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다.

예전에 갔었던 전시장에서는 그림을 보면서 나의 생각과 감정을 생각하기보다는 도슨트의 설명 위주로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줄 알았다. 설명을 잘 듣는 것이 그림 감상을 잘하는 방법인 줄 알았다.


사람의 마음이 그림을 부른다, 그림이 사람의 마음을 부른다. 신기한 경험이다.


구상도 추상이다,라고 말했던 베르나르 뷔페의 말이 생각난다. 파리에서 구상으로 인기 작가가 되었던 뷔페, 그리고 이후 추상의 시대가 왔을 때 "왜, 추상을 그리지 않고 아직도 구상을 하고 있는가요?" 이런 질문에 뷔페는 "구상도 추상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다 다르다. 그러니까 구상도 추상인 것이다." 그런 말을 한 뷔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는 뷔페한테 반했다. 


"이 남자 멋진데! 이제부터 이 남자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야."


세 번째 기억하는 그림은 큰 그림이다. 이 그림 생각이 또 종종 많이 났다. 500만 원이다. 물어보니 오브제도 같이 준다고 한다. 전시된 그림 위에 오브제가 아름답게 멋지게 장식되어 있다. 기억에는 백합이다. 작가가 만든 백합 오브제이다. 그림의 바탕은 깊고도 밝은 빨간색이다. 신화 속의 사랑 이야기 또 유명한 작가들의 그림 속의 뮤즈들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었다. 주제는 사랑이다. 직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 않아요? 비극적인 사랑, 행복한 사랑, 기쁨을 주는 사랑, 아픔을 주는 사랑, 첫사랑, 마지막 사랑, 사랑에 대한 모든 인간의 감정이 녹아있는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림 안에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가격을 물어보니 내가 사기에는 비싼 가격이다. 아직 젊은 작가여서 그림값이 그다지 비싸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나한테는 비싼 가격이다. 살 수 없는 가격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는 노래 제목이 생각난다. 그리고 '삶의 기쁨' 속에 그려진 사람들의 인생이 생각난다. 상처, 결연한 의지의 출발, 사랑, 내 눈에는 그렇게 남아 있다. 잘 짜여진 퍼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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