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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27. 2024

<그녀의 행동그림자>

- 자신 없는 자의 존재감 알리기

자신의 뒷모습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다 보여주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50대 그녀다. 50대여서 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 같았다. 20대, 30대는 그러기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삶에 때가 덜 묻어서 그런 웃기는 행동을 알기에는 아직 경험과 체험이 덜 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쩌면 타고 난 성향이 아닐까? 기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영상미디어센터 일주일 3회 프리미어 프로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자신이 만든 영상을 보는 시간을 가지고 다음 수업을 기약하면서 수업 마무리가 잘 되었다. 강사 선생님이 가고 난 후에 수강생들은 대부분 남게 되었다.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영상을 담아 가는 사람도 있었고, 미흡한 부분을 수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50대인 그녀가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청년 두 명에게 다가갔다. 휴대폰 번호를 물었다. 그리고 세 사람만 단톡방을 따로 만들어서 대화를 나누자고 하고는 좋아하는 음식들을 물으면서 다음에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식당을 정했다. 그다음에 그녀는 내 뒤에 있는 대학교수인 여자분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는 전화번호를 묻고는 전화를 한 번 하겠다고 하고는 나갔다. 그리고 또다시 들어와서는 나에게 맑음아,라고 부르는 63세 여자분에게 다가가서는 다음에 전화를 하겠다고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나한테는 인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좀 뻘쭘했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으로 보아 나는 그녀의 심리를 스캔하게 되어서 다른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내 전화번호를 묻지 않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나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의 냄새를 맡은 게 별로 좋지는 않았다.


오늘 새벽, 프랑스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남편에게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런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물어보았다.

"자기 존재감을 알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남편에게 더 자세히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50대만 그런 게 아니고 90대도 그래, 뭔가 당신을 의식한 행동인 것 같아."

"당신이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당신은 뭐든지 열심히 하잖아. 표가 좀 나잖아. 다른 사람들과는 뭐가 좀 다르다는 게."


대부분 좋아하는 취향 대로 음식 만들기, 복숭아 키우기, 키위 사서 갈아서 주스로 만들기, 강아지와 즐겁게 노는 영상을 했었다. 나는 나와 남편의 행복한 여행을 주제로 사랑하는 너와 나, 사랑하는 우리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만들었다. 마지막 화면에는 여름 해바라기, 여름 해변의 오렌지 스트라이프 우산이 펼쳐진 장면(우산대 끝부분만 확대), 큰 파인애플 두 개(푸르름 한 초록빛 강조해서 확대)를 넣어서 마무리했었다. 

강사 선생님이 그 장면들은 어디에서 받았냐고 물어서 첫 회차 수업 때 강사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무료 사이트에서 받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영상을 다 본 후, 누구한테나 다 일일이 기획한 의도를 물으셨는데, 나는 사랑의 재즈로 음원을 했다고 하니 사진과 잔잔히 잘 어울린다고 하셨다.

"가족들이 좋아할 것 같네요."

그 칭찬이 참 고마웠다. 


그녀는 영상 소개 수업이 끝난 후에 이렇게 말했다. 

"나도 가족으로 해야겠다."

그녀도 강사 선생님에게 충분히 넉넉한 칭찬을 받았었다. 여자, 아이, 반려동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로 잘 만들었다고 칭찬을 듬뿍 받았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는 전화번호도 일일이 조용히 둘이 있을 때 살짝 묻고 나중에 집에 와서 일대일 카톡으로 자세한 의견을 알린 후에 답변을 듣고 소모임이나 단톡방을 만드는데, 그녀는 왜 떠들썩하게 말과 행동을 요란하게 했을까? 

이런 사람은 좀 드물 것 같다. 처음 보았다. 


행동그림자에 존재감 알리기에 급급한 한 50대 그녀를 지켜보면서 나는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지난 4년 동안 심리학 공부를 많이 했었다. 사람의 말과 행동에 그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젠 좀 알게 되었다. 사람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어떤 고마운 한 분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었다. 사람을 한 달 알고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지 마세요. 한 1년 정도는 봐야 합니다. 나쁜 사람, 만드는 것, 그것 잠깐입니다. 


그녀를 잠깐 스치는 듯 보게 되어서 다행이다. 나하고는 성향,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이제 나를 좀 안다. 나는 남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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