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누구보다도 좋은 선택을 했다.
나는 선택을 참 기차게 잘한 것 같다.
암울한 환경에서 암울한 나 자신을 한탄만 하고 인생을 이렇게 사는구나 비관만 하고 지금까지 그 현실에서 살고 있었다면 지금의 행복한 나는 없다.
"나는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건 나이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거야."
나의 이 말에 나의 아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진짜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의 남편과 나를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남편은 나의 50대 중후반이 되면은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업과 무관한 일하고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편의 전 직장 동료들 중 남편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사람들은 정년을 하고 나면 갈 데가 없이 집에서 잠이나 자고 텔레비전이나 보고 집 근처의 등산이나 하고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정년하고 나서 할 일이 없어서 우울증에 빠져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담석증이 2번이나 걸리고 아프다는 것이다.
모임에 갔다 온 남편이 하는 말에 나는
"그런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뭘 배웠는지 모르겠네. 요즘처럼 미디어가 발달되었고,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사회에서 뭘 배워서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갈데없다는 신세 한탄으로 술이나 마시고 그러냐?"
"돈이 없어서 그렇지."
"왜 돈 관리는 안 했냐. 그 좋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했는데 왜 돈 관리도 못했냐?"
"나는 갈 데가 너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 먹을 시간도 없는데, 참."
그런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부딪쳐 교육도 받고 모임도 하고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정년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한탄이나 하고 허송세월을 보내는지 참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과 어울린 남편이 약간 한심스럽게 보였다. 남편보다 나이가 한 두 살에서 몇 살 정도는 더 많은데, 보고 배운 게 그래서 그랬나? 나한테 늘 한 소리가 정년하고 나면 갈 데가 없어진다. 정년 하고 나면 도서관이나 등산만 하게 되고 세월을 보내게 된다. 집에만 있게 된다. 갈 데가 없어서. 늘 그런 소리를 들어서 나도 그런 줄 알게 되었고 나이가 들면 힘 빠지는 것 같아 무기력해지고 세상에 나오는 게 겁이 났는데,
나와 보니 세상은 내가 찾으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보니, 나는 내가 선택한 공간과 시간에서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지 않은가.
배움의 열정 하나로 모인 사람들과 모르는 것을 하나씩 알았을 때 나오는 행복한 탄성, 내 지식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즐거움도 배가 된다.
내 옆의 짝지는 20대 아가씨인데 분장 화장술과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우고 있다. 지금은 나의 다빈치 리졸브 보조선생님이 되어서 이제는 브런치를 함께 하기로 하고 휴대폰 번호까지 서로 저장하는 사이가 되었다.
도슨트 수업에서는 30대 아가씨인데 전 직장은 외국인 회사에서 상담을 하였는데 지금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동네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우리는 또 브런치를 함께 하기로 하고 휴대폰 번호를 서로 저장하는 사이가 되었다. 어디서나 휴대하는 책을 꺼내어 잠깐이라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려는 것이 나와 취향이 같다. 두 아가씨 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졌다.
도슨트 수업 기간 동안에 3명이 내 마음에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수료 후에 일일이 한 사람씩 의견을 물어보니 다 좋다고 하여서 4명이 소모임을 갖고 한 달에 1번씩 만나서 책을 읽고 미술과 음악, 예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예술브런치소모임을 갖기로 했다. 도슨트 수업 기간에는 발표를 함께 준비하는 팀이 아니어서 대화를 나누어 보지는 못했었다. 그러나 좋은 인상으로 남은 분들이어서 함께 소모임을 갖고 같이 공부를 해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 한 번에 다 좋다고 하여서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면 소모임이 시작된다. 기대가 많이 된다. 작은 것이라도 한 분씩 마음의 감사 선물과 손편지를 준비하고, 내가 시작하자고 한 것이니 알차게 준비를 잘해서 소모임을 잘 이끌어 가고 싶다.
내가 원하는 좋은 공간, 좋은 시간을 공유하기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 다양한 성향, 다양한 성격, 다양한 취향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배움의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사람들과의 대화의 즐거움은 긍정적인 말을 한다는 것이다. 욕, 비속어, 입방귀, 콧방귀, 썩소 같은 나쁜 말과 나쁜 표정을 짓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다.
배움의 열정으로 모인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더 긍정적으로 되어 간다. 배우려고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고 가르쳐주면서 함께 조금씩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나는 자꾸 더 행복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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