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싶다.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브런치스토리 작가 되기”이다. 브런치스토리가 브런치 이름으로 글쓰기 플랫폼이었을 때부터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주간보호센터 운영자 겸 직원으로 있을 때부터 어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브런치는 나의 잠깐의 휴식처였다. 좁혀져 있는 내 시간과 공간의 탈출구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도 증폭시켰고, 상처와 고통으로 에워싸인 나에게 나름 위로도 되었다. 놓아버린 문학에 대한 갈증으로 때로는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서 이따금 써보기도 했었지만 글은 나를 놓기만 했었다. 도저히 마음이 너무 아리고 아파서 난 쓸 수가 없었다.
4년, 몹시 아팠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지키려고 애썼던 사람들에 대한 상처와 배신, 극심한 고통으로 아! 이러다. 내 인생, 여기서 끝나겠구나. 여기서 탈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나는, 나로서는 살 수 없겠구나.
2023년 10월쯤 나는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두고 애써 잊고 싶었던 내 삶, 내 인생을 찾기 위해서 드디어 사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바로 긴? 얼마쯤 걸릴지 모르는 휴면기에 들어갔다.
“내가 나로 살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시작된 나의 휴면기는 우선 누구도(독립한 자식들, 부모 형제자매들, 지인들, 친구들) 만나지 않고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섣부른 말들을 듣는 게 싫었다.
나는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책을 편안히 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난 나를 지킬 생각이었다. 나를 함부로 아무렇게 두고 싶지 않았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결심했다. 새벽 6시 전후 일어나고 자정이 넘도록 마음과 몸을 혹사시키지는 말자. 잘 챙겨 먹자, 좋은 음식으로,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먼지 많은 집도 정리 정돈하고 청소도 하고 그러자. 그렇게 했다. 출근하듯이 준비하고(프리랜서 시절, 그 이전에도 나는 하루를 계획성 있게 준비하고 몸단장하고 성실하게 보람 있게 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계획성 있게 하루를 준비한 대로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보고 싶었던 영화도 마음껏 편안히 감상하면서 그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왜 살아야 하나? 음악은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만 몇 개월을 하루종일 틀어놓고 듣기도 하고 부르기도 하고, 그러면서 보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57세, 만으로는 55세, 2024년 현행법 기준으로는 55세. 그러니까 경력 단절 여성인 55세. 이쯤 되면 이른 퇴직자다. 시쳇말로 여자로서도 별 볼일 없는, 자식들 결혼시키고 손주 손녀나 봐줄 그런 시시한 정도의 나이다. 그런데 나는 23년 동안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친 국어논술강사였다. 그리고 지난 4년은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한 원장이기도 하고 간호조무사이기도 하고 사회복지사이기도 하고, 꽤 쓸 만한 구석이 많은 여자다. 그리고 가끔은 30대 후반, 보통은 40대 초중반으로 보는 나름 미모가 있다. 어떤 모임에서도 패션센스가 늘 돋보이는 나다. 아직은 살날이 많은 나다. 남편은 나보다 4살 많은 데 벌써 몇 해 전부터 50대 중반이 되면 꿈을 꾸기에는 새로운 일을 시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나도 알게 모르게 세뇌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난 언제나 독립적이었고, 내 인생에 주체성을 갖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난 무너졌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은 알 수는 없지만 쉬고 나면, 쉬고 싶을 때까지 쉬고 나면 마음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잃어버렸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쨌든 날 가두고 힘들게 했던 그 주간보호센터를 나오니, 나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들, 클래식한 음악, 아름다운 글들, 아름다운 영상들, 장면들을 보고 듣고 읽고 하니, 마음이 어느새 새록새록 ~ 아주 보드라운 연두 빛 싹이 돋아나듯이, 새벽에 이슬을 머금은 새싹의 생기처럼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지고 볼은 복숭아 색으로 발그레 지고, 조용하고 나지막한 듣기 좋은 여물은 목소리가 나고, 잊힌, 찾고 싶었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2024년 6월 24일 월요일 오후였다.
요즘 “안녕하세요. 이연입니다. ~”로 시작하는 유튜브를 거의 매일 청취하고 있다. 나직하게 정직한 목소리가 듣기 좋고, 그 내용이 시종일관 일관성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으며, 마음에 울림이 있어 자주 찾게 된다.
엊저녁부터 오늘 오후 2시 27분까지 이연의 유튜브 영상을 여러 개 들었다.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영상에서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연의 유튜브는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에 관련한 자기 계발에 대한 것이었다. 이연의 이야기는 듣고 있으면 위로도 공감도 되었다. 요즘 그리고 벌써 몇 달 전부터 또 그 이전부터 내가 경험하고 깨닫고 알게 된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난 4년, 나는 환경도 사람도 나와 결이 맞지 않는 곳에서 아픔과 상처, 고통을 겪었다. 일부분 치유는 되었지만 아직도 치유의 과정 속에 있다. 50대의 오춘기와 성장통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그려내고 싶다. 우연히 이연 작가의 유튜브 15분 전후 영상을 청취하면서 이연 작가의 직장에서 겪었던 아픔, 성장통 그리고 깨달음, 그 여정의 과정이 나와 많이 닮은 점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용기가 났다. 내 글도 공감을, 내 마음도 이해를 받고 싶었다. 그리고 발전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 내 삶에서, 내 인생에서,
"용기를 내고 싶다. 세상에 나가고 싶다."
몇 달 전에 읽은 황보름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역시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에 관련된 자기 계발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갑자기 나도 이런 콘텐츠로, 작가로 우뚝 서고 싶다.
나도 힘든 아픈 경험이 있고, 나만의 이야기가 있고, 또 책을 쓸 수 있는 힘도 있다.
그렇다면 해야겠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생겼다.
<이상한 힘에 이끌려> 이 날, 나는 바로 브런치스토리 계정 회원이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