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곳에 나를 데려간다"

- 나도 신경 써야겠다.

by 김현정

"당신은 좋은 곳에 나를 데려간다. 나도 신경 써야겠다."


홍스커피숍, 이름을 오늘 처음 알았다. 우리 두 사람은 '하얀집'으로 서로 통했다.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 시립도서관이 있다. 그 도서관 정문에서 왼쪽으로, 도서관으로 가는 길 쪽으로는 오른쪽에 이층 양옥이 있었는데, 작년에 하얀 그리스 집 같은 커피숍으로 변했다.


먼발치에서 지나가다 한 번씩 보면 제법 손님들이 많아 보인다. 통유리로 되어 있어 손님들이 한적한 지, 북적인 지 다 보이는데, 밤에는 작은 전등으로 이층 양옥을 장식하고 있어서 주변을 환하게 해 주고 하얀집이 더 하얗게 보인다.


나는 커피숍을 잘 가지 않는다. 보기에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하는데, 나는 믹스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일어나면 남자들이 해장하려고 담배 피우듯이 나는 믹스커피부터 찾는다. 특별한 약속으로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으면 그 커피숍의 시그니처를 보고 레몬차, 유자차, 생강차, 흑임자차, 딸기연유스무디를 먹는다.


습하고 더운 공기로 인해 저녁산책을 하던 중 우리는 지쳤다. 집까지 걸어가기보다는 오늘은 하얀집에 가자고 제안을 했더니, 남편도 지쳤는지 그러자,라고 했다.


입간판에 홍스커피라고 되어 있었다.

유럽의 소박하고 정갈한 커피숍 같았다. 아기자기한 꽃들이 보이고 예쁜 화분들도 보였다. 중년의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고 20대 청춘 남녀들이 두 명씩, 커플들끼리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길고 긴 그림 액자가 눈에 뜨인다. 가로로 긴 액자인데, 회백색을 더덕더덕 붙여놓은 듯한 바탕에 깨소금 같은 오렌지빛깔의 흙 같은 것이 손으로 흩뿌린 것처럼 박혀 있다. 눈이 저절로 간다. 마침 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었다.


남편과 나는 바스크치즈케이크, 바닐라라떼, 무화과휘상시애(프랑스 발효 버터), 딸기연유스무디를 시켰다. 배불리 먹은 저녁식사로 더 이상 먹기가 힘들었는데도 너무 입에 착 감기는 게 맛있어서 자꾸 당겼다. 바스크치즈케이크는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 남편과 나는 참, 맛있다. 와, 이 집에 손님이 늘 많은 이유가 있었네. 딸기연유스무디도 진하고 시원하고 크게 달지 않고 맛있었다.


MZ들만 오는 것 같은 커피숍에서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바깥 통유리 밖의 저물어가는 밤하늘과 커피숍 입구의 반짝이는 전등, 드나드는 사람들의 북적이는 모습과 들꽃 같은 꽃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화분을 구경하면서 둘만의 대화로 저물어가는 저녁이 좋았다. 우리는 다정했었다. 저녁이 있는 부부의 일상은 정답다.


keyword
이전 09화가치 있는 삶은 보통 사람에게는 역시 어렵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