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엘비스가 인기가 많아지자 이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대학을 가지 않겠냐고. 그러자 엘비스는 "나는 내가 자란 사람들과 달라지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때는 젊은 남자였는데, 참 기상이 대단하다. 학벌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남자라서. 1950년대 흑인이 차별받는 시대에 살면서 자신의 음악적 기조는 흑인 음악이 바탕이 된 컨트리 음악이라고 말한 사람.
그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하게 되니 내가 몰랐었던 그를 알아가면서 진심으로 그는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외모도 준수하지만 그의 내면은 참으로 단단하다.
지금도 거실에서 들리는 그의 노래들을 듣고 있다.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유튜브 영상이 메들리처럼 자동으로 나오고 있다. 그의 목소리만 오롯이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턱을 괴고 조용히 음악에 심취해 있다가, 예전에는 생활이 바빠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것을 또 실컷 마음껏 들을 수는 있었는지, 그런 나를 상기시면서 지금 엘비스의 노래에 흠뻑 빠져 마음껏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Where no one stands alone>은 그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를 얹어 함께 불러보았다.
아침에는 남편한테 그의 영상 Don't be cruel를 소개해주었는데, 함께 보다가 신들린듯한 현란한 춤솜씨와 양다리를 자이브 하듯이 흔들어대는 춤솜씨에 나는 일어나서 따라 해 봤다. 추임새 있게 올라가는 고음의 애드리브도 흉내 내봤다. 모든 것이 멋졌다. 가죽바지와 가죽라이더재킷을 입고 노래 부르는 모습은 최민수, 장동건, 정우성을 섞어놓은 듯했다. 참 멋진 사람이다. 그의 노래가 대부분 다 마음에 든다. 발라드는 발라드대로 컨트리는 컨트리대로 락앤롤은 락앤롤 대로, 무대에서 청중들을 향해서 인사하는 멘트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그 톤도 다 좋다.
"할렐루야~!" 가스펠송을 부를 때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흐르는 대로 부르는 그의 진실한 모습도 목소리도 나는 듣기가 너무 좋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공연을 한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 현장에서 듣고 싶다. 그러니까 팬층이 생기고 팬층이 따라다니나 보다. 엘비스 같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기 어려울 테니, 나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네.
7화 연재를 쓰자니, 그날의 고달펐었던 마음으로 그날로 가려고 하니 자꾸 주춤, 자꾸 미루고 싶은 마음에, 내 마음을 좀 달래고자 붉은 달콤 쌈싸름한 와인을 마시듯 그의 음악으로 내 마음을 촉촉이 간절하게 달래어본다. 그 때를 생각하니 쓰기가 두렵다. 두려워서 미루고 있다. 감정조절이 안 되어서 쓸까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 고요함 속에 들어갔었던 나의 침참함을 어떻게 글로 잘 풀어갈 수 있을까.
동굴 속에 나를 넣어두었지만 은둔형으로 지내지 않았던 그 몇 개월을, 은둔형으로 사는 것처럼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만나지 않고 오로지 차단하고, 전혀 모르는 타인들, 스치는 타인들은 1일 1회 외출하여서 잠깐식이라도 만났었던 그 고요함 속에 물결치는 바다를, 정적이지만 전혀 정적이지 않고 활활 타는 생명의 불꽃에 대해서 어떻게 잘 말할 수 있을까.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데, 7화를 써둔 글 조각조각들을 어떻게 자투리 천으로 보자기 만들듯이 내 마음을 잘 드러내는 글로 붙일 수 있을까.
7화까지만 잘 견디어보자. 7화까지만 아플 거야. 8화부터는 아픈 이야기는 없으니깐. 나를 아픈 곳에 두지 않을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자. 나는 더 이상은 아프고 싶지 않아. 나는 더 이상은 아픈 기억을 떠오르고 싶지 않아. 그 나쁜 감정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아.
엘비스가 은둔형으로 산 이유를 알 것 같다. 문득 섬광처럼 이런 생각이 든다. 무대가 그의 정체성인데 그는 좋아하는 무대 때문에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유일한 여자 프리실라를 잃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약물에 의존했다가 돌연사(심장마비)까지 하게 된 것 같다. 그가 사랑한 노래로 그는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그의 생명이었던, 그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었던 그의 생명인 그의 사랑을 자신의 정체성인 무대로 노래로 인해서 잃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은 프리실라를 다시 찾아올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은둔형으로 세상을 피해서 살다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엘비스의 마음이 되어 보았다.
남자들은 가끔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이미 알아차렸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그런 때를 맞이할 때가 있다. 정작 중요한 것 때문에 정작 진짜 중요한, 소중한 것을 놓치고 나면 그 중요한 게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있어서 성공적인 삶보다는(욕망보다는) 옆에서 함께 웃어주고 함께 일상생활을 같이 할 사람, 단 한 사람, 자신의 속에 있는 사랑을 다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는 너무 늦었음을 그때 깨닫게 된다.
<낙엽 따라가버린 사랑> 노랫말이 떠오른다.
Anything That's Part of You
당신이 보낸 편지를 떠올립니다
우리가 함께 갔던 곳들도 돌아다녔어요
당신의 어떤 것이라도 찾으려고
온종일 다닌 것 같아요
당신 머리를 묶던 리본을 간직하고 있어요
거기에도 향수의 향기가 남아있어요
당신이 남긴 어떤 흔적이라도
내가 우울할 때 위로해 주는 거예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당신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당신이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을 계속 원하게 됩니다
내가 살 이유가 없어졌어요
무엇을 갖고 무엇을 주어야 할까요
내가 새로운 사람에게 모든 걸 준다 해도
당신의 흔적뿐일 텐데
2024년 8월 21일 오후에, 감수성이 너무 예민해져, 내가 피곤하다. 7화 연재를 여기저기에 써두었는데, 그 마음이 바로 나다. 내 마음을 내 생각을 어떻게 조잘조잘 기승전결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예민한 나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