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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Oct 31. 2024

너의 열정이 소중한 꿈을 키워줄 거야(17화)

심장이 콩닥콩닥 두근거린다. 

"I enjoy small talk english"

시작으로 나는 부드럽게 이어갔다.

"A foreigner sat next to me thursday last week."

(옳은 문장 : A foreigner sat next to me last thursday )

오! 선생님의 깜짝 놀라는 표정! 선생님은 리액션이 좋다. 분명히 미국 같은 나라에서 공부를 한 것이 틀림이 없다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었다. 이어서 나는 

"Do you speaking any other language."

그렇게 말을 하니, 영어와 잉어를 할 줄 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잉어가 뭐예요?"

"네, 저도 궁금했는데, 집에 가서 검색해 보니 이스라엘어를 이스라엘잉어라고 하더라고요."

오! 선생님의 환한 웃음 띈 얼굴, 표정, 나는 행복했다. 그리고 또 그 행복한 기분에 도취되어서

"Every day in the morning I practice english spealing."

(옳은 문장 : I practice speaking English every morning)

"I want to talk with you."

"30 minutes. by train."

나오는 대로 그렇게 말을 해서 30분 동안 즐겁게 스몰토크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It is fun."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의 그 리엑션!

"Wonderful! that"s great!"

뭔가 어려운 숙제를 잘 해냈다,라는 기분에 안도감과 함께 아주 작은 것이지만 성취감을 맛보았다. 나 자신에게 이제 됐다, 그런 기분과 함께 내가 마음에 들었다.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배우는 대로 안 해도 되니까, 머리에 막 떠오르는 대로, 막 나오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말해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는다고 했다. 이어서 있는 라틴라인댄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카운터에서 선생님과 만났다. 선생님은 나를 아주 반가워했다. 선생님은 내가 아주 쾌활하다고 했다. 선생님한테 칭찬받으니까 아주 기분이 좋았다. 계속해서 선생님한테 칭찬을 많이 받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소중한 꿈을 갖고 있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마음 깊은 곳에 둔 단 하나의 꿈은 내가 다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고, 그 일에 나의 열정을 쓰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알고 싶었고, 찾고 싶었던 것은 지난 4년 동안 잃어버렸던 또 잊어버렸던 나라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고, 또 그동안 살아오면서 몰랐던 나의 새로운 면모들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러한 시간들이 매 순간 소중하고 귀했다.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나에게 감사하다. 


며칠 전 저녁 식사로 김치찌개와 김치전을 준비했다. 가끔은 식사를 거르면서 다니는 나를 위해 남편이 냉장고에 넣어둔 소고기 등심을 한 움큼 넣고 달달한 맛을 추가하기 위해 고구마를 뭉뚱 하게 썰어 넣은 묵은지로 끓인 김치찌개는 맛이 깊다. 묵은지에 대파를 길게 쭉쭉 썰어 넣은 김치전은 짜지 않고 파전처럼 맛이 좋다. 그 맛이 좋았을까? 그 분위기가 좋았을까? 벌떡 일어난 남편은 몇 주 전에 마라톤 대회에서 받아서 넣어둔 막걸리 한 병을 들고 왔다. 


"밑에 것을 섞지 않고 위에 것만 먹는 사람도 있대."

그리고는 맑은술을 두 사발에 조금씩 따랐다. 나에게도 권했다. 일본 북해도 여행에서 삿포르 맥주를 한 컵 가까이 원샷해서 먹고도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고 오히려 맛있다고 다음에도 또 먹고 싶다고 한 나에게 이제는 술 한 잔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 그였다. 맑은 청주 같았다. 독했지만 술맛이 뭔지 좀 알 것 같았다.

"청주 같은데요. 샴페인 같기도 하고, 화이트 와인 같기도 하고, 그러네. 맛이 깔끔하다."

한 모금 정도 더 마셨다. 남편은 이제는 탁주로 마셔보자면서 술을 섞었다. 또 나에게 권했다. 

"응, 나는 아까 전에 안 섞은 게 더 좋아."

겨우 세 모금 정도 마셨는데 이상하다. 취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뒷머리가 자꾸 뒤로 당겨졌다. 소파에 몸을 깊숙이 눕혔다. 조금 있으니 앞머리도 아프기 시작했다. 취한 것은 아닌데 자꾸만 눕고 싶어졌다. 남편도 얼굴이 홍시같이 새빨개졌다. 목도 팔도 몸통도 다 빨개졌다. 남편은 취하지는 않았는데 온 얼굴이 자꾸 더 빨개졌다. (사실 남편은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한다. 아주 가끔은 기분이 좋을 때 집에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맥주가 더 좋다. 삿포르 맥주는 구수하더라. 담백하고 맛이 깔끔하고 내 얼굴이 안 빨개졌으니까 나한테 맞는 것 같아. 카스는 취해지지는 않은 것 같고 조금 빨개질 듯할 때 안 먹었거든. 그날 반은 안 되게 마시고 넣어두었는데. 카스는 몸에서 열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었어. 그래도 머리는 안 아프던데. 난 맥주가 더 받는 것 같아."


머리는 점점 뒷골이 땅기듯 아팠지만 누워 있지 않고 움직였다. 먹은 그릇들을 치우고, 저녁 세안과 샤워를 할 수는 있었다. 남편은 소파에서 느긋하게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들었다. 


달달한 밤이었다. 예전에는 내가 부침개를 부치면 남편 혼자서 반주를 적당히 했었는데, 내가 잘 먹지는 못해도 남편과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겨우 몇 모금 정도였지만 그게 어디냐? 나는 음주문화에 어울릴 수 있는 생각도 늘었고, 술도 늘었다. (나는 하나님을 믿고 종교가 기독교여서 술을 꺼려했었고 죄악시했었다. 지금은 적당한 정도의 분위기는 좋다고 생각한다. 아예 한 모금도 못 마셨는데.)


남편과 부침개를 먹으면서 술 이야기를 하는 게 즐거웠다. 남편은 요즘처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도 그래,라고 대답했었다. 지난 4년 동안 아까운 시간들을 놓친 만큼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자,라고 서로 다짐을 했다. 




나이 55세(2024년 현행법 기준)에 내가 받는 술이 맥주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안 해 본 것들을 하게 되니, 내가 몰랐던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된 사례라면 사례일 것이다. 현대미술사 공부 시작으로 도슨트 수료까지 하면서 몇 개월은 미술에 빠졌던 시간들, 음악회와 연주회에 다니면서 클래식 음악에 몰입한 시간들, 한 문장도 쓸 수 없었던 내가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게 매일 한 편씩 이상은 쓰려고 노력했었던 시간들, 남들은 다 드는 1000ml 물병 하나에도 무릎 통증으로 이어져서 몇 달은 한의원에 다니고 걷는 게 불편했었던 그 근육들이 8개월 동안 처음에는 라인댄스를 시작으로 라틴댄스, 전신플로우필라테스, 라틴라인댄스 덕분에 매일 청소기를 돌려도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게 되었다. 


여름에는 프리미어 프로, 다빈치 리졸브를 배우면서 숏폼과 영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간단한 기술정도는 습득하게 되었다. 아이패드로 기초 드로잉하는 법도 알게 되었고, 발음을 분명하게 하는 기초 스피치 기술도 알게 되었다. 


점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그려졌다. 막연한 게 분명해져 갔다. 나는 무엇보다도 외국어를 잘하고 싶다. 영어, 일어, 불어, 스페인어를 중급 회화 정도까지는 익히려고 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남들이 그린 그림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가 아닌 내 오감으로 느끼고 싶다. 한 3년 정도는 영어와 일어, 불어를 그리고 4년째에는 스페인어까지 잘하고 싶다. 그런 계획을 갖고 있다. 


마침, 내가 다니는 아카데미에 원어민 선생님이 가르치는 왕초보 일어반을 알게 되었다.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익힌 사람은 수강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매일 30분씩 정도는 히라가나를 시작으로 공부하고 있다. 12월부터 수강하는 반이어서 일단 수강 신청부터 해두었다. 그때까지는 무조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암기할 것이다. 불어는 무척 아름다운 언어이다. 들으면 무척 아름답지만 발음이 무척 생소하고 어렵다. 그래서 불어도 매일 30분 정도 공부하고 있다. 시간이 쌓이다 보면 일어도 불어도 왕초보에서 벗어날 것이고, 언젠가는 중급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될 것이다. 불어반도 있는데, 한 1년 정도 공부한 사람만 수강할 수가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불어반도 수강할 것이다. 독학으로 준비해서 불어회화 기초반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다. 모국어인 한국어 외에 다른 나라 말로 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 왠지 다른 세상이 보여질 것 같다.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설렘과 기대가 된다. 


이렇게 잘 준비해서 57세~58세가 되면 다문화 관련 일을 해볼 생각이다. 다문화 관련 일을 하려면 다양한 언어를 할 줄 알면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는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다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재능, 소질, 적성을 잘 살려서 다시 한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일에 나의 열정을 쏟고 싶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너무도 하고 싶은 간절한 꿈은 현재 살고 있는 곳을 떠나서 한 3년 정도는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서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싶다. 다른 문화, 다른 환경,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삶에서 나라는 사람을 또 만나고 싶다. 그리고 성장하고 싶다. 물론 또 성숙해지고 싶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언어를 배우려고 하고 있다. 기본은 영어, 일어, 불어, 스페인어를 중급 정도까지는 잘할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 일어는 일본 북해도 여행을 하면서 일본 시골의 정취, 음식이 나는 좋았다. 일본 여행을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이 노년의 사람들이었는데, 노년이 되면 일본 여행이 왜 좋은 지 알 것 같았다. 음식, 온천, 조용한 정취, 차 문화 등이 나이가 들어서 여행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다. 불어는 프랑스에 꼭 가고 싶다. 아름다운 남프랑스에 여행 가고 싶다. 고흐가 사랑했었던 아를도 그리고 많은 화가들이 휴양도 하고 사랑했었던 남프랑스 니스에 가서 불어로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 아주 아름다운 곳에서 한두 달 정도 살고 싶다. 스페인어는 영어 다음으로 또 많이 쓰니까 배우고 싶다. 


나는 잘 준비하여서 내 나이 50대 후반 들어서 60대 초반에 내가 꿈꾸는 나라, 도시에서 글로벌하게 살고 싶다. 몇 개의 나라, 몇 개의 도시에서 다양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문화를 느끼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 그 삶을 한 나라, 한 도시라는 작은 영역권에 두고 나도 모르는 나를 모른 채로 작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범위를 넓게 늘이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꿈꾸고 있는 내 삶, 내 세계, 내 인생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다문화 관련 일을 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상도 못했던, 그런 삶을 꿈꾸고 있다. 자유스럽고 활기차고 매력적인 삶을 살고 싶다. "넌, 정말 매력적인 여자야." 그런 말을 듣고 싶다.




처음 시작하게 된 연재 브런치는 제목도 여러 번 바꾸면서 처음 생각한 내 마음과는 달리 바다에서 풍랑을 만난 것처럼 헤매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연재 막바지에 이르니 내가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나의 평온과 평정심 그리고 우리 가족의 단란했었던 행복, 화목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고, 큰아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싶었던 남편의 소원은 그 꿈을 이루어서 매일 큰아들과 행복하게 일을 하고 있다. 작은아들은 멀리 있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참 다행이다. 연재 막바지에 처음 생각했었던 내 기획이 이루어지게 되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좋은 소재, 좋은 주제 찾아서 좋은 문장으로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 나 스스로 작가, 라는 말을 자신있게 당당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꿈을 갖고 있다. 조바심을 갖지 않고, 시간이 쌓이는 글쓰기를 하겠다는 염원이 생겼다. 그리고 문학성을 쌓을 수 있는 글 공부를 해야겠다는 그런 다짐을 하게 되었다. 


요즘은 인생이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말은 "Good morning!" 이다. 그리고 "잘 잤어요?" 라고 서로 웃으면서 묻는다. 일어나는 시간이 서로 달라서 일어나면 얼굴을 마주 볼 때 제일 처음 하는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지가 두 달 가까이 된다. 좋은 아침으로 시작하니 신기하게도 하루가 좋은 하루로 된다. 그리고 좋은 한 주가 되고, 또 좋은 한 달이 된다. 그렇게 쌓여지니 행복이 쌓여진다. 그래서 행복하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하니, 남편이 앞으로는 이보다 더 행복해질 거다. 그렇게 말한다. 듣기가 좋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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