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은 시기가 작년 10월 경이다. 지금의 내 모습을 찰칵, 찍어서 들여다본다. 내 마음속의 사진을 찍어서 들여다본다. 완성된 그림은 아니다. 하얀 밑바탕이었던 나, "0"에서 시작하겠다던 나, 한 걸음 내디뎠다. 이제 "1"은 되었다. 지금부터 10년쯤 흘러 내 생물적 나이 65세쯤, 내가 만든 나이 37세에서 47세가 될 쯤에는 "10"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직은 준비 단계다. 뜀박질할 수가 없다. 뜀박질하면 성큼 올라가겠지만 아마 그렇게 내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나는 안다. 계단의 의미를. 한 계단씩 올라갈 때 그 묘미를 나는 안다. 재미가 있고 설렘이 있고 기대가 된다. 그런 묘미는 행복한 즐거움이며, 즐길 수 있는 긴장이다. 요즘 그렇게 살고 있다.
비워지니, 좋다.
- 내 속에 들어와서 내 속을 꽉 채우고 있었던 미움, 원망, 분노, 좌절, 우울, 슬픔, 무기력 대신에
비워지니, 채울 게 생겼다.
- 희망, 사랑, 용기, 내려놓음, 용서해야겠다는 마음과 그게 좋겠다는 의지, 그리고 생판 모르는 남한테도 당하고 살 때가 있는데, 차라리 사랑하는 사람한테 당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아량까지 생겼다. 그런 마음이 쓩쓩! 나와서, 채워져서 사실 나 자신에게 좀 놀랐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영어 선생님과 영어로 카카오톡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의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을 칭찬해 주시면서 언제든 어느 시간이든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물어보라고 하신 안나 선생님 덕분에 요즘 영어 공부가 더 재미있다. 무척 행복하다.
오늘 이런 말을 들었다. 눈이 반짝반짝 거린다. 9월부터 라틴라인댄스 수업을 함께 들은 수강생인데 오늘 처음으로 둘이서 대화를 30분 정도 나누게 되었다. 내가 눈에 띄었다고 했다. 함께 이야기해 보니 나하고 취미가 같은 게 많다면서 전화번호를 물었다. 서로 번호를 저장했다. 그리고 다음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요즘 무기력했었는데 내 덕분에 활기를 찾았다고 하면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덕분에 에너지를 받고 간다는 그 말 덕분에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인증이 되어서 나 역시 고마웠다. 오늘도 뿌듯한 하루가 되었다.
18화에 나는 <덤으로 얻은 행운과 행복 - 작가인생>에 대해서 쓰기로 목차를 정했었다. 아직은 작가 인생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나는 진화하는 중이니까 언젠가는 나 스스로 당당히 작가 인생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덤으로 얻은 행운과 행복이라면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 덕분에 나는 또 잘 살아야겠다는, 또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얻게 되었다.
감사할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동쳐서 안절부절못했었던 내 마음이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마음으로 바뀌어졌다. 진심으로 <덤으로 얻은 행운과 행복>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진화하고 있다 ~~~^^ 또 그것이야말로 <덤으로 얻은 행운과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