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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28. 2024

겸허함을 배운 시간(20화)

드르륵 (걱정 가득,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머리만 조금 삐죽 내밀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겁먹은 채로.


"아, 살았다."

휴, 

괜히 마음을 지금껏 졸인 것을 알았을 때 안도의 한숨과 또 다른 마음이 교차되었다.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나를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안전과 행복을 기원해 주면서



아주 기분 좋게 설레는 마음 한가득 안고 기다려온 여행, 1년의 노력이 이 여행으로 보상된 것처럼 여기면서, 기쁨을 가득 안고 새로운 인생을 향해서 그날 입을 하얀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새 인생을 준비하는 새 신부처럼 긴장도 하면서 우려도 하면서 


3박 5일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비, 폭우, 햇빛

근사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것으로 가득한 조식, 바다가 보이는 뷰, 웃음이 가득한 순탄했었던 여행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것과 달리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되면 어떻게 될까? 

뭔가 큰 것이 있을 것만 같았는데 

놀라운 게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는데


처음 섰을 때 그 자리, 원점이라면 어떨까? 

서클처럼 돌고 돌아서 다시 돌아온 그 자리가 원점이라면? 


우려했던 게 현실이 되면? 어떨까? 불행과 행복이 공존하고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쳐서 


<혼자 있는 게 가장 편안하다. 그 편안함을 유지하고 싶은 그 단 하나의 이유로>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 다시 그때를 마주하게 되었다. 



<인간관계는 모호하다> 

1년의 여정 끝에 마음속에 남겨진 내 안의 말, "인간관계는 모호하다" 내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 단 한 개의 퍼즐이 남았다. 



어떤 방향으로 갈까? 삶은 "Move on"인데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안전할까? 


배신과 뒤통수는  그 누구라도 당할 때는 뾰족한 수가 없다. 아픈 거는 똑같다. 아픔의 정도나 깊이만 다를 뿐이다.


그리고 진짜로 다한 사랑, 자기 것을 다 내어준 사랑 앞에는 더 고통스러운 게 맞다. 잠시 잊거나 좀 다르고 싶어도 그 상처 앞에서는 꼼짝할 수가 없다. 세월이 지나서 무뎌졌다고 해도 다시 돋아나는 게 쓴뿌리이고, 다시 터지는 게 트라우마이다. 단지 지금의 현실에서 그것이 주는 펀치가 처음 같지는 않다는 것뿐이다. 


그것을 자각하게 됐다.


시간이 꽤 흘렀다. 

겸손함과 겸허함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으로 나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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