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오후에 만났었던 이름은 모르지만 즐겁고 행복한 대화를 나누었던 그 외국인 아가씨와의 마지막 대화가 나는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기억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물어보았었다.
"왜 혼자 여행 다니느냐? 가족도 있고 남친도 있는데?"
그녀는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혼자 여행 다닌 적 없어요?"
난 없다고 했다. 그러자 왜?라고 물었다. 나는 용기가 없다고 했다. 두려워서 아직은 혼자서 여행을 하지 못하다고 했다. 늘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한다고 했었다. 그 대신에 1주일에 2번 정도는 가까운 도시로 가서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내 대답을 듣고 그녀는
"당신은 할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 여행을 할 수가 있다."
그런 말을 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나도 혼자서 여행을 할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따라한 나의 말에 그녀는 흡족해하는 듯했다. 이상하게도 따라 하기만 했는데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서툰 영어 실력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대화를 30분 동안 나누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녀와 나이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공손한 친구 같은 느낌이 나를 젊어지게 하는 듯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싶다. 소소한 삶을 그려본다. 그러려면 대화가 통해야 된다. 그래서 일단은 영어로 의사소통 가능할 수 있게 영어 공부를 단단히 해놓아야 한다. 그다음에는 일어, 불어, 스페인어도 잘하고 싶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도 여행을 하고 싶고, 프랑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고, 일본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여행하기에 적당한 거리에 있으며 온천, 먹거리, 소소한 정취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몇 개 할 줄 안다면 분명히 내게도 어떤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이가 좀 많아져도 마음이 있으면 간절하면 방법도 생길 것이고, 그런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는 온다고 본다. (막연하지만)
나는 혼자서가 아닌 남편과 함께 세계의 다양한 나라, 도시를 여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자 혼자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배짱은 없다. 그리고 그 많은 짐을 나 혼자서 끌고 들고 다닐 수 있는 힘도 체력도 없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하고 싶다,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해보고 여행을 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기 때문에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시간과 노력,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는 그가 자리를 비울 동안 아들이 사업체를 잘 운영할 수 있게 노력을 하고 있고, 나는 그런 경험에는 준비해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다.
브런치에는 혼자서 세계여행을 다니고 내가 꿈꾸는 것처럼 어느 나라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작가들을 간혹 만나곤 한다. 그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나도 꿈꾸는 것처럼, 나의 계획처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심장이 발딱발딱거린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흥분으로 마음이 떨린다. 물론 그 작가들보다는 내가 한 20년 정도는 나이가 더 많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한번 살고 싶다. 그리고 내 나이 70세가 되었을 때쯤에는(사람 일은 모르니까 살아 있다면) 꿈을 이루어서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