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번, 다음의 기회를 만들어준 미술 공부, 사람들과의 만남
기안 84가 나오는 프로그램에서 기안 84가 영국에서 전시회를 하는 걸 보았습니다. 다른 나라 작가들의 그림도 보았지요. 제가 알고 있는 명화하고는 거리가 먼, 제가 살고 있는 도시의 예총에서 전시하는 그림, 제가 국어논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미술 관련 책에서 본 그림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저는 현직 작가가 가르쳐주는 동시대 작가들의 감정, 사유, 사색이 담긴 그림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왜 그런 그림들을 그리게 된 걸까? MZ세대들의 감정, 생각이 담긴 그림들이 궁금했습니다. 나 역시 MZ세대들이 사는 동시대에 살고 있으니깐요. 그리고 저는 제 자신이 늙었다는 생각을 안 갖고 삽니다. 내 나이를 37세로 규정하고 살고 있지요. 시작하기에는 늙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갖고 삽니다. 그래서 저는 제 생각과 맞는 공부를 강의하는 곳을 알아보았습니다. 화가가 되려고 그림 공부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동시대 작가들의 세계가 궁금했지요. 그것은 젊은 사람들의 사고, 가치관, 세계관이 궁금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왜 굳이 그림이었냐? 그것은 평소에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그림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사는 도시에서 가까운 도시에 현직 중견 여류 작가가 하는 동시대 현대미술사 공부가 있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저의 미술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지요.
<3월> 현대미술사 공부 / 라인댄스 시작
<4월> 미술 전시회, 아트페어 전시회, 오페라 공연, ○○오페라 회원, ○○예술의 전당 회원
<5월> 아트페어 전시회, 피아노독주회, 전시해설사 도슨트 3개월 과정 시작
<6월 후반> 브런치스토리 작가 도전 준비 / 라인댄스, 라틴댄스 취향 생김
<7월~현재>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글쓰기(삶의 방향, 정체성) / 도슨트 수료증 / 영상수업(숏폼, 유튜브)
엄밀히 말하자면 퇴직 후, 2024년 1월부터 ~ 지금까지 : 취향이 생기고 취미가 생겼습니다. 수료증도 하나 땄습니다. 출석왕(18명 중 4명, 100% 출석)까지 받아서 도슨트 이미지가 있는 컵을 받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도시 또는 근처의 도시에서 도슨트로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와 좋은 인연이 되어서 그림 공부도 더 깊게 하게 되었고, 도슨트 공부도 그 기간 동안에 하게 되어서 미술공부도 확장되었습니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그림(20호, 20호보다 조금 더 큰 것)도 두 점 사게 되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고 있는 방의 문을 열어 높고 글을 쓰는데요. 제가 한눈에 반한 제 그림 두 점이 저를 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쉴 동안에, 또 글을 쓰면서도 제 그림 두 점을 보고 즐기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처녀작들입니다. 작가에게는 그런 그림들이 자식과 같아서 때로는 팔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해요. 저는 작가님에게 그 그림에 대한 저만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또 감상문까지 보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에게 "이렇게 제 그림을 좋아해 주시는 분은 처음 만났다. 감사하고 살아야겠다. 제 그림의 최고의 주인이시다"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작가로부터 그런 말까지 듣게 되어서 무척 행복했습니다.
저는 명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지만 제 주변의 작가들을 아끼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제가 퇴직하고 나올 때만 해도 지난 4년 아픈 감정들이 잔재로 남아서 나를 괴롭힐 때도 많았습니다. 저는 평생 이 트라우마 그림자에서 벗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깊었던 트라우마가, 하루도 잊을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었던 그 트라우마가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빨리 제 감정들이 정리가 되고, 나아져서 사실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평생 아낄 그림을 사게 될 줄도 몰랐고, 제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될 줄도 몰랐고, 제가 이렇게 빨리 저만의 삶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찾고 꿈을 찾을 줄도 몰랐습니다. 다 귀하고 소중한 시간들로 남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있는 저이지만, 누구나 언제든지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회원이 될 수 있지만, 회원까지 되어서 정기적으로 예매하고 예술이 내 생활에서 젖어드는 생활로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나의 반쪽과 그림을 즐기고, 예술까지 녹아든 일상생활을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소소하지만 안정감 있고 일상에 전념할 수 있는 이런 행복이 선물로 따라올 줄도 몰랐습니다.
작고 작은 결과들입니다. 그런데 이 작고 작은 결과들이 밑천이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작은 자신감입니다. 그런데 작은 자신감이지만 이 자신감들이 모여서 큰 자신감이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 또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버티고 이긴 시간들, 또 그런 시간들 덕분으로 작은 결과들, 또 다른 기회들이 생겼습니다.
지난 4년 생지옥이었다. 불행했었다로 나를 잣대 했었던, 나를 짓눌렀던 그곳에서 저는 벗어났습니다.
이제 <행복하고 싶어서, 행복을 찾고자 노력했었던 방법들을 소개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큰 뭔가가 되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보다 제게는 더 벅찹니다. 왜냐하면 저는 트라우마를 이겼거든요. 그 트라우마를 일일이 다 말하기가 힘이 드는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어떤 사람에게는 전쟁, 재난 아주 큰 무서운 일들이 있지만,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베트남 전쟁 후유증 트라우마로 평생 고생하는 것처럼 저에게도 저만의 트라우마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트라우마가 저를 이제는 놓아준 것 같아요. 가장 큰 계기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것입니다. 글을 쓰면서 또 치유가 많이 되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 덕분으로 저는 조금씩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낫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만난 적도 없고 볼 수는 없어도 "온기"가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