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것들에는 순서가 없다.

<은유의 잔향> Episode 1

by 은유의 잔향

부제: 황홀과 만취


생각이 녹고,

의심이 사라지고,

이유조차 잊혀졌다.

그의 목소리는 술 같았고,
그의 침묵은 더 깊은 취기가 됐다.

냄새, 소리, 체온, 떨림 같은 것들이
형태를 갖추어
온몸으로 흡입되었다.

모든 게 하나로 섞였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잃게 만들면서도
완성시켰다.


분명하지 않았지만,
더 선명한 것.

숨처럼, 빛처럼
없어지지 않는 황홀의 중심에서
끝없이 취해 있었다.

오늘의 잔향 —

Cigarettes After Sex – Apocalypse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숨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뜨거워지는 온도.
현실이 조용히 흐려지던 그 밤의 경계에서.)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작가의 이전글사랑이 이름을 갖기 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