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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Jan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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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10.2024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세운 수많은 계획이 겹겹이 쌓인 트레이싱지 밑에 깔려있는 듯 희미하다. 그 얇고 가벼운 종이를 걷어낼 힘이 없을까 없는 척하는 걸까.      


 이상하게 이번 연말은 연말이 연말 같지 않고 김칫국 들이킬 일만 생겨 영 불안하더니, 연초는 연초 같지 않고 좋은 일이랄 것도 나쁜 일이랄 것도 없는,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정적의 상태. 인내심을 갖고 순리대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새삼 어렵다. 그러는 사이 열흘이나 달려 나간 2024년은 저만치 앞서가며 살짝 고개 돌려 재촉한다. 시작하기 얼마나 좋은 시기냐면서 건강한 체력을 뽐낸다. 천천히 걸으며 생기 있는 새해의 시작을 바라본다. 더 이상 감흥이 없어진 새하얀 눈송이가 아름답게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생동을 잃는 마음은 참으로 무서운데도 잃는 것을 멈출 수 없다.


 휴대폰 알림으로 온 1년 전 사진 속에 나는 귀여운 눈사람을 만들고 해맑게 웃고 있다. 그 모습이 낯설다 못해 기묘하다. 이렇게 쉽게 달리해도 되나.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지만 돌아볼 힘이 없다. 앞으로 가기도 벅찬데 언제 뒤를 보겠나. 밝은 해맑은 순수한 아이 같은 기운찬 생기 있는 이런 마음을 누군들 갖고 싶지 않을까? 늘 환영받는 마음 말고, 걱정하는 불안한 알 수 없는 무기력한 어두운 복잡한 이 마음들도 잘 받아주면 좋겠다. 그런다면, 따듯하게 다정하게 안아준다면, 환영받지 못하는 마음들이 힘을 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주지 않을까.     


 이유 없이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은 분노가 일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분노의 바닥에는 슬픔이 있다는데 무엇이 이리도 슬픈 것일까. 때로는 세상의 모든 슬픔을 내가 가진 듯도 하다. 그리하여 또 다른 평안이 찾아온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드는 오늘- 또 써둔 글을 뒤로 밀려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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