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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Jan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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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17.2024


알면서도 어찌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다가도 불쑥 물음표가 떠다닌다.

그리고 그 물음표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그 끝에는 물음표만큼 쪼개어져 작아진 내가 있다.


시각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결국 ‘이미지’를 보여주게 되고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평가받는다.

평가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도 평가는. 두렵다.

하지만 어떤 모양새를 한 평가라도 결국 듣고 싶다.

작품을 통해 다른 이는 무엇을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하고, 보는 사람이 10명이면 10개, 1000명이면 1000개의 해석이 나오는 그 아름다운 예술의 현장에 있고 싶다. 나의 작업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면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생기고 이것들을 통해 다시 작업할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니, 또 하나의 해석이 나왔을 뿐이고

나에게 오지 않았으니 기회가 아닌 것이다.


낙심할 것 없다. 덕분에 아직 오지 않은 기회들을 만나 볼 수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저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며 여러 감정이 뒤범벅된 채로 생활은 생활대로 이어 나간다.

숫자로 된 명확한 일들은 너무도 선명해서 애석하게도 나의 작업은 희미해져 가고,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는 ‘현타’라는 말로 나에게 다시 묻는다.


'어디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쉽게 던지는 물음에 고개 숙여 두 발이 딛고 서 있는 나의 바닥을 본다.


다름 아닌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하나씩 하나씩. 숫자들에 현혹되지 말고 잘 이용해 나갈 거야. 우리가 걱정하는 모든 것은 이곳에는 없어. 존재하지 않지. 여기 있는 나와 너만이 진짜야. 그것만 명확한 진실이니 다름 아닌 나를 믿고, 너를 믿고 잘 데리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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