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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2.2025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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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부터 꽃받침만 만들어두고, 사월이 지나 오월이 되도록 꽃 봉오리를 만들지 않던 치자꽃이, 유월이 되자 봉오리를 만들고 오동통하게 몸집을 키우더니, 중하순쯤 연둣빛 하얀 꽃잎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은 너무 소중하고 또한 매우 아름다웠다.

한 겹 한 겹 고요하게 꽃을 피우던 치자는, 끝내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일순에 갈색으로 변하더니 겹겹이 쌓인 꽃잎을 다 피워내지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너무 기뻤던 마음만큼 너무도 속상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기다려왔는지 알기에 다 피워내지 못한 모습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봉우리를 만들고 꽃을 피워낸 치자에게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작년 말부터, 정확히는 12월 3일 이후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이 모든 힘을 잃었고 글을 읽지도 쓰지도, 그림을 보지도 그리지도 못하게 되었다. 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버거웠고,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기도 그러다 아무거나 먹어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주간진은 2022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목도’라는 제목으로 시작되었는데, 새롭게 붓을 들 힘을 주기도 그 힘을 거둬가기도 하는 것이 근 삼 년 동안이라고 생각하니 멈춰있는 것이 억울하기도, 그만큼 이 상황이 강력한 것인가 스스로에 대해 고찰할 시간을 주기도 했다.


유월이 되고 이제는 움직이게 될 줄 알았던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무기력했다.

유월 중순이 되자 치자는 그렇게 기다리던 꽃을 피웠고, 드디어 주간진은 근 7개월 만에 글을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은. ‘일상’이라고 감히 말은 못 하겠다.

찐득찐득하고 꾸덕꾸덕한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들이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와 앉지도, 눕지도, 걷지도 못하게 하고 있지만, 인제 그만 저린 다리를 끌고 다시 일어서야 함을 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그날의 끔찍함은.

사실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었음을.

그간 도망쳐 왔던 모든 것이었음을.

그리고 주시하고 경계하며 해결해 나가야 함을.

알기에, 고통은 고통으로 두고, ‘함께’ 한다.


더 이상 두려움과 불안에, 혐오와 갈등 속에 쭈그려 앉아있는 나를 방관하고 싶지 않다.

휘몰아치는 삶에 기꺼이 나를 던져 결국은 사랑으로 함께 할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 우리는 이길 것이다.

그 시작은 이렇게 까닥. 손가락을 움직이고 다리가 저릿. 해도 버티는 것으로부터.

주간진.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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