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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9.2025

by 한우주

JULY.9.2025

오늘은 모라 덧 붙일 것도 없이, 너무 나의 말 같고 마음 같은 시 한 편을 함께 하려고 합니다.


밸브

열면 하염없이 쏟아지고

닫으면 꼼짝없이 갇히는 몸을 가졌다

여름 내내 한 일이라고는

바닥과 포옹하는 일, 흥건해지는 일,


그렇다 그렇다의 마음으로 살아도

아니다 아니다의 마음은 잡초처럼 자라난다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때마다 혼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수를 피할 길은 없다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할 때에도

몇 방울의 나는 발등 위로 떨어지고

나는 나를 자주 들키는 사람

발끝은 언제나 젖어 있다


겨울은 겨울대로 혹독해서 젖은 발을 빠르게 얼리고

도끼를 든 사람이 찾아와 발을 깨뜨리고 가는 꿈을 자주 꾼다

겨울 내내 할 일이라고는

춥다고 말하는 일, 창틀에 내려앉는 눈송이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

나는 다시 녹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된다

열어도 닫아도 결국 썩어 들어가는 세계에서


안희연



그렇다 그렇다의 마음으로 살아도, 아니다 아니다의 마음으로 스러지는 날.

그래도 이런 내 마음으로도 작업을 하고 함께 나누면 분명 나와 같이 스러진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 라도 위로를 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깊은 숲 속에서도, 스스로를 길게 세우고 유연하게 피어내어 기어코 향기를 드리우는 난초처럼.

또 살아가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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