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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12.2025

by 한우주

몇 해 동안 기후가 급격히 달라지면서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건 가을 단풍의 모습이었다.
작년, 재작년, 단풍은 얼룩덜룩하게 들거나 그마저도 금방 낙엽 지고 떨어져 버려서, 예쁘게 물든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올해는 다행히 단풍나무도, 은행나무도, 몇몇 벚나무도 정말 곱게 물들었다.
오래간만에 가을답게 물든 나무를 봐서일까,
가을이 가을로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선명할수록, 선명한 가을은. 마음이 시리구나. 싶다.
오는지도 모르게 겨울로 넘어가는 무채색의 가을과는 다른, 따듯함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가을 타는 건가.
겨울의 시리고 눈부시게 하얀 눈밭에서,
봄의 부드럽고 경이로운 연둣빛에서,

여름의 생동감 넘치는 초록잎 앞에서...

견뎌냈던 마음이

유독, 가을 앞에서는 무너져 내린다.
눈부시고, 차갑고,
노랗고, 붉고, 파란.
정말 예쁘고, 참 쓸쓸한.

가을은 이토록 찬란한데,

나는 왜 이리도 검은 걸까.

하는 초라한 마음에서 일까.

그 대비로 참을 수 없이 쓸쓸해지는 걸까.

아니지, 저 고운 색감도 모두 담으면 검어지는 걸.

아니.

아직 모르겠다.
가던 길을 멈추고 아름다운 하늘과 곱게 물든 나무를 사진에 담다가도,
사무치게 외롭다.

원해도 원치 않아도 사라질 이 모든 것들.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

사라지고 싶은.

이 모든 감정이 사무치게 외로워서, 다시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눕는다.
이불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아서, 아무것도 아니고 싶어서, 그대로 어둠이 내려앉아 검은 나를 숨겨주길.
바래서...


예쁘다는 가을 단풍 이야기로 시작해서, 진득한 우울한 이야기 하면 뭐하나 싶지만,

사실 삶은 보통 우울하고 잠시 기쁘지 않은가? 보통 기쁘고 잠시 우울한 사람도 있겠지마는, 일단 나는 전자에 가깝고. 뭐, 그리고 우울하면 어때 뭐. 우리는 또 잠시 기쁠거잖아?
그래도 이 찬란한 계절. 쓸쓸하고 외롭고 검은 나를 봐주는 이런 나도 찬란하다 여겨서, 남겨보는 기록. 까짓 거. 가을 타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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