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4,2022
비가 오면 비가 오는 것을 핑계로 몇 날 며칠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비 오는 날은 그나마도 이유가 되는 것 같아 집이 편안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처럼 날이 눈부시게 좋으면 집안에서도 숨을 곳을 찾았다. 이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이지 않게 덮어도 불안은 이불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기어이 들어온 불안을 숨죽여 참는다. 속의 울음은 무시하면 그만인데 고양이의 울음은 도저히 무시가 되지 않는다. 저 녀석은 무슨 죄인가 싶어 덕분에 이불을 걷어내고 그릇에 밥과 물을 채운다. 채워진 물과 밥그릇을 보고 있자니 나도 무엇이 되었든 채워야만 할 것 같아 대충 여러 가지를 입속에 넣는다. 이제 그만 이불로 돌아가고 싶은데 이상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다시 눕지도 못하고 TV도 찔끔, 일없이 책장을 기웃거리다 끝내 이젤 앞 등받이 없는 스툴에 멍하니 앉는다. 티 없이 깨끗한 흰 종이가 설렘보다는 망망대해, 끝없는 막막함으로 일렁인다. 피하듯 휴대폰을 켜고, 빛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 이미지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손 위에 있는 세상 사람들은 하나같이 참. 잘 살고 멈출 줄 모르는 사진들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확인시킨다. 가만 탁자 위에 뒤집어 놓는다.
현실은 무엇인가. 무엇이 진짜인가. 그 혼돈 속에서 한 발짝 떼기가 두려운가 보다. 그래도 쌓이는 쓰레기는 참을 수 없고 냉장고는 아무리 뒤져도 마실 것뿐이라 나가야 한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간신히 길 건너 빵집에서 식빵 한 봉지를 산다. 돌아가는 길이 괴롭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사지 멀쩡하고 할 수 있는 것도 해야 하는 것도 아는 듯, 한데 나의 손과 발은 그곳으로 향하질 못한다. 그저 부디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이 정점에 와 있기를...... 이 정점을 지나 곧 길었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기를.. 그리고 지나온 터널이 저 멀리 작아질 때까지 스스로 계속해서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니 오늘은 일단, 이불을 걷어내는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