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두워지길 기다릴 뿐

8월 15일

by 한우주

‘생활고'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그렇다고 친근한가. 친근해지고 싶진 않은데 굳이 비교하자면 친근하기까지 하다.

원래 지급되기로 했던 날짜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안해지고 계획해놓은 아주 사소한 일도 망설여진다. 예를 들면 고양이 접종부터 시작해서 우선순위를 쪼개어 정하게 된다. 목구멍이 포도 구멍 아니 포도청.

파란 집게로 집어두었던 남은 과자를 먹고 누워있는 고양이의 작은 등에 의지해 둘 곳 없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창밖은 손에 닿을 듯 닿지 않는 빛들이 꺼질 기미 없이 딱딱하게 켜져 있다. 나는. 나의 방이 아주 어두워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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