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없어서

8월 23일

by 한우주

어린 고양이는 예방 접종이 세 번이다. 토리는 집안에서는 진짜 밀림의 왕처럼 온갖 곳을 다 휘젓고 다니며 귀엽다고 할 수만은 없는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데, 밖에 나가기만 하면 그렇게 순딩 순딩 세상 착한 고양이가 된다. 덕분에 무사히? 3차 접종까지 잘하고 몸무게도 3.6이라며 매우 건강하여 이 정도면 삼사 주 뒤에 중성화 수술을 해도 괜찮다고 한다.

아 중성화. 난 늘 이게 께름칙하다. 같이 해피한 삶을 위해!라는 것은 알겠는데도. 뭐랄까...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 미루고 싶달까... 일단은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노트를 펴고 무언가 써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너무나도 하찮은 글자만 써진다. 음 너무 잡다한가 싶기도 하고 뭐 언제는 담백한 글을 썼다고 고상한 척인지 모르겠네 또 그러다가 그럼 가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한다.

결국 나도 어떤 '가치'라 여겨질 것이 없어서 더 여러모로 쓸모 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중성화 수술에서 쓸모의 연결이라니 가끔 나도 나의 생각의 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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