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15,2022
저녁 11시쯤이 되자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잠자리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고는 분노에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생각을 피하려 10분이면 아침이라는 수면 명상을 듣기도 하고 돌아누웠다 엎드려 누웠다 옆으로 누웠다 하며 뒤척여 보지만 역시, 잠이 오지 않는다. 분노는 불안으로 바뀌고 안락하다 느꼈던 밤의 장막은 두려움의 거인이 되었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에 뒤집어 놓았던 폰을 들어 드라마로 영상을 옮겼다. 좀 전에 본 영상 속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금방 다른 세계로 이끈다. 불을 켜야 화장실을 갈 수 있었던 어둠에서 여섯 시간이 지났다. 창밖에 새들이 울고 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밤새 혼자였던 시간에서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간으로, 순간 이동하듯,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은 흘러 방 안이 환해졌다. 어떻게 가버린 걸까 이 시간들은, 하품은 나오는데 정신은 맑다. 하지만 곧 흐려질 것이다. 당연히 자야 할 시간에 자지 못하였고 엎친데 덮쳐서 전날은 겨우 네 시간을 잤다, 그러면 오늘은 비몽사몽간에 날려 버리게 될 것이다. 하-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자보려 노력한 것인데 실패해 버렸다. 전에 다니던 병원 의사가 말하길 삼겹살에 소주, 치킨엔 맥주! 하듯이 침대 하면 잠이 연결되게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세상에! 어디 비교할 것을 하나... 싶은 비유. 침대와 잠은 그 정도의 찰떡을 만들기엔 침대와 유튜브, 침대와 인스타, 침대와 웹툰, 침대와 게임, 침대와 사랑/// 등 너무나도 천생연분이 많다. 그러니 쉬이 잠들지 못했겠지.
어쨌든 몸을 일으켜 세운 거울 속 내 모습이 가관이다. 정신이 맑다고 하기엔 눈이 너무 퀭하고 붓기까지 해서 몇 번을 들여다봐도 참 신기하고 재미난 얼굴이 되어버렸다. 편하게 자도 되는 공적인 시간이 지나자 일출과 함께 잠자리를 펴는 것이 묘한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으이그 이것아 그러니 남들 잘 때 자면 좀 좋냐- 아니면 밤을 새웠을만한 타당한 무엇인가를 했거나. 그러면 여섯 시에 잠드는 것도 못잖게 편안했을지도 모르지. 이런 후회는 무색하게 간밤은 영상 + 영상 + 영상 알고리즘의 늪이었으니...... 으 이 지난한 불면증, 나의 몸은 왜 자꾸 잠을 거부하는 것일까? 삼 개월 넘게 지속되는 전쟁과 아파도 돈이 없어 선택의 여지없이 마약성 진통제로 중독자가 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생겨나고, 아이들이 그나마 희망인 이 나라에 교육부가 없어진다고 해도, 나는 밥은 먹어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하며 잠도 자야 하고 그렇게 일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이 일상이 너무도 잔혹하다. 눈 깜짝할 사이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생겨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상하지도 못할 무력감에 가슴에는 돌은 얹은 듯 양팔은 팔팔 끓는 물에 담긴 듯하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해야겠는 조급한 마음에 컴퓨터 앞에 앉고 이젤 앞에 앉는다. 일단 오늘 밤에 잘 자려면 지금은 깨어 있어야겠지? 깨어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