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22,2022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니!!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사라질까 무섭고 아까운 마음에 그림으로 남겨 두었었다. 어느 날은 민트색 배경에 레몬색 꽃이 피어났고, 어느 날은 핑크색 심장에 보라색 꽃들이 피어났다. 그야말로 피어나는 날의 연속이었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고 옛날 노래 가사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헤어질 땐 말도 못 하게 아쉬웠다. 그냥 그저 사라질까 아쉬워 ‘영원’을 바라기까지 했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던 시간, 그 시간이 지나자 서로 조금씩 원하는 것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해주었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재단하기 시작했다. 아팠지만 만족스러웠다. 이런 천생연분은 또다시 없을 것 같은 충만감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잘라내고 덧붙이는 동안 그 아픔은 두 사람에게 모두 소리 없이 쌓여가고 있었다. 서로에게 맞추고 맞춰지고 있다고 생각한 모습은 신기루 혹은 환상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눈앞에는 그저 상처투성이인 사람만이 있었을 뿐, 다른 모습이 되었거나 더 나아졌다고 생각할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나에 대한 실망, 이상한 슬픔, 허탈감과 대상이 없는 배신감에 온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휘청- 흔들리고 마침내 벌거벗은 몸뚱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느새 나는 꽃이 피고 지던 그의 심장에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 심고 감당 못할 상처와 슬픔을 몽땅 기대어 두고 있었다. 와장창-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널브러지고 나뒹구는 온갖 것들이 바닥을 뒤덮는다.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다니...... 혼자서는 서있기도 힘들어하는 나를 멀뚱히 바라본다. 내 다리이고 내 발인데, 스스로 두발을 딛고 똑바로 서는 것부터 다시 해야 하는 날것의 모습이 이제 서야 보인다. 이제라도 하나씩 하나씩. 세상에 무너져 내렸더라도. 그리하여 나를 잃진 않도록, 힘을 길러야 함을 안다. 그저 나무 하나가 잘려나간 것일 뿐 정말로 세상이 무너진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