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어제 일하다 정신을 놓고 있다가 그만 약속 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정신 차렸다.
한 달 전부터 잡아둔 중요한 약속이었는데, 절대로 절대로 늦으면 안 되는데!
치마 입고 로퍼신고 다다다다 뛰어나갔다.
장소가 다행히 우리 집에서 두 정거장 거리여서 15분 내내 뛰니까 1분을 남겨두고 도착할 수 있었다.
2년 전부터 시간이 없어도 거리가 멀어도 한 시간을 내서라도 찾아갔었다. 무언가를 바라고 그런 것은 전혀 없고 그냥 좋아서, 마음이 가서 낯선 만남인데도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고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었다.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을 깊게 두지 않는 성격인데 그 정도로 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몇 번을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찾아가 보고 지켜보고 마음속으로 존경했던 사람들. 술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시켜보았다. 내가 먼저 술을 같이 마시고 싶어지는 경우는 정말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인데, 네 시간 동안 정신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위스키 좋아하시는구나. 그 술 좋아하는구나. 외우자. 다음에는 꼭 분위기 멋진 위스키 바를 찾아서 예약해야겠다. 우아.. 이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용기를 내서 찾아가 보고 만나자고 연락해 본 2년 전 이수연 진짜, 너 칭찬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듣고 싶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고, 진지하고 따뜻한 대화에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이야기가 나왔다가 들어갔다 했다. 나는 조금 마음이 설렜고 헤어질 때는 아쉬웠다. '나는 솔로' 봐야 한다고 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적당한 시간에 헤어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감히 한 분 앞에서 버릇없게 "아니라니까!" 하면서 몇 번을 소리 질렀다. 정말 아니라니까.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건강한 땀냄새'라는 표현은 영원히 못 잊을 것 같아요.)
오늘 내 생각이 났다며 음악 한곡을 보내주셨다.
https://www.youtube.com/watch?v=1a3ptECYNo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봐주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어쩌면 그렇게
날 너보다 더 사랑하는지
나는 또 그런 너에게 뭘 해주고 싶어
그랬는지 말없이 웃음만
지으며 이제 내가 널 보며
이런저런 말들에 의미를 담을 때
이제는 좀 편안한 맘에
널 바라봐
내 모둘 줄게 네가 나에게만
주던 모든 사랑을 다시 돌려줄게
내가 아는 마음도 모두 줄게
좋은 마음만 고르다 시간이 다 지나가네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나는 꼭 그런 너에게 뭐라도 해줄래
나를 믿어 너에겐 웃음만
줄게 이제 내가 널 보며
이런저런 말들에 의미를 담을 때
이제는 좀 편안한 맘에
널 바라봐
내 모둘 줄게 네가 나에게만
주던 모든 사랑을 다시 돌려줄게
내가 아는 마음도 모두 줄게
좋은 마음만 고르다 시간이 다 지나가네
이대로는 너 없인 하루가 허전하게
지나갈 그 두려움에 나는 자신이 없어
끝내 물어 넌 나인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보고 있는지
당신은 누구시길래 왜 나를 그렇게
걱정스런 눈빛으로 봐주는지
이런. 이러지 마요.
이러시면 저 어떡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