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그날 내가 그 거리에 발을 처음으로 내디뎠을 때, 무슨 일이 곧 벌어지게 될 것인지.
어떤 사건이 나에게 곧바로 뛰어올 것인지, 그때 내 표정이 어땠더라.
그날도 바람이 불었던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그런 일이 정말로 있었던가 흔적도 남지 않는, 옅은 향을 가진 기억들.
어떤 일은 아침부터 밤까지, 몇 달을, 몇 년을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무겁게 짓누르는 게, 그런 슬픔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왜 이런 일들이 하필 나에게 찾아온 것인지 원망도 하고, 버텨보려고 무리해서 온몸에 안간힘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속절없이 지고 또 지고 말았고, 결국은 너무 지치면 잠을 잘 수도 없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런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처음부터 그 정답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닐까?
그 말과 행동,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그 당시에는 절대로 알 수가 없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거리를 넓게 두고, 옅게나마 그 일은 ‘그런 것이었구나’, ‘그러기 위해 나를 찾아왔구나’ 가늠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세워두었던 어떤 무던하고 교만했던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을 일깨워 주러?
나에게 의미 있는 순간은, 그 일이 일어난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기준은 그 ‘의미 있는’ 사건이 일어난 후, 내 삶이 그 이전과 이후로 모든 것이 분명하게 나누어졌다.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았다. 되돌릴 수가 없었다.
날카로운 바람이 내 안쪽의 방향을, 손에 잡히지 않던 그것을 꺾어 버렸고 그것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 기회는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냐고?
아니,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낙심하고 꺾여버려서 쓰라리지만.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쉽게 바뀌거나 망가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낯선 길 위에서 어설프고 서투르게 엉엉 울고 있는 내가, 예전보다 조금은 더 솔직하고 나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의도할 수 있다면, 이 일들이 나에게 더 자주 찾아와 주었으면,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기도한다.
오늘도 나는 기대하며 기다린다.
우연히 펼친 책의 한 페이지에서, 처음으로 가본 카페의 찻잔 속에서, 사람을 기다리며 들었던 어떤 목소리에서, 반짝반짝 빛을 받으며 흐르던 작은 도랑 위에서, 그저 따뜻한 곳에 파묻혀서 죽고 싶었던 마음에 대해 걸으면서 나누었던 솔직한 대화, 그리고 지금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나는 오늘만이 가지는 의미를 찾기 위해 어제보다 기민하고 예민하게 기대하고 기다린다.
#의미